수락산길에 조성된 자전거전용도로 위 자전거와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자전거 교통수단 이용을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 교통문제, 기후변화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끌어올릴 ‘자전거이용 활성화 마스터플랜’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자전거이용 활성화 마스터플랜’의 내용은 207km 자전거전용도로망의 17개 간선축 구축, 한강과 도심 자전거전용도로의 연계성 강화, 2012년까지 자전거 시범타운 12개소 조성, 자전거주차 전용건물 건설, 주차공간 축소 시 교통유발부담금 경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자전거 시범타운 조성사업은 현재 노원을 비롯한 송파, 여의도, 상암 4곳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전거 시범타운 내에는 자전거전용도로를 비롯해 자전거보관대, 자전거대여소, 수리센터 등 자전거 이용시설이 설치되며, 자전거전용도로의 경우 차로수나 차로폭을 줄여 바깥 차로에 1.1m이상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의 도로여건에 따라 경계에는 펜스나 도로표지병을 설치해 자전거이용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노원구의 경우, 서울시 주관으로 23억 100만원이 사업비로 투입되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수락산길 외 7개의 길(늘푸른길, 한글비석길, 노원길, 노해길, 느티울길, 당현길, 당고개길)에 자전거 시범타운이 조성된다. 10월 9일 기준으로, 수락산길과 늘푸른길은 각각 70%와 60%정도 공사가 진행되었고, 한글비석길과 당현길, 느티울길은 시공 초기단계이다.
자전거이용자들은 대부분 인도에 설치되어 보행자와 충돌할 위험이 있었던 과거의 방식과는 달리 차로폭이나 차로수를 줄여 신설되는 자전거전용도로에 환영을 표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현재 이용이 가능한 수락산길과 늘푸른길의 자전거전용도로의 경우 안전장치가 없어 자전거이용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차로를 2차로로 축소하고 양측 일방향으로 노면표시를 하여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된 수락산길. 그러나 신설된 자전거전용도로 위의 자전거 못지않게 인도 위를 달리는 자전거이용자들이 많다. 실제로 인도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주민들은 펜스가 없어 위험하다며 자전거전용도로 이용을 꺼려했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이현준 군(13)은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하면 스피드가 나서 편하다”면서도 “차들이 주차되어 있을 때나 마을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릴 때 위험하다”며 안전에 대한 염려를 나타냈다.
이렇게 주민들은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자전거전용도로의 안전에 의문을 가지면서, 마을버스·택시의 주정차와 상가이용자 및 아파트주민의 주정차로 인한 사고위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충분한 주차시설을 갖추지 못한 근방 아파트의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야간에는 자전거전용도로에 주차가 허용된다. 그러나 오전에도 자전거도로 위에서 정차 혹은 주차된 차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수락산길뿐 아니라 늘푸른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또한 버스기사, 택시기사들도 신설된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해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았다. 택시기사 신덕균 씨(49)는 “택시가 정차하면 자전거와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주정차 차량을 단속한다해도 실제 택시정류장이 손님이 없는 한적한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락산길을 지나는 11번 마을버스기사 이경엽 씨 역시 “자전거전용도로로 길폭이 좁아져 주정차차량이 있으면 중앙선을 넘어다녀야 한다”면서 “아직까지는 자전거 이용률이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이용이 늘어날수록 사고위험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자전거 이용률을 높여 친환경도시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렇듯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수락산길, 늘푸른길의 경우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마을버스나 택시의 정차, 그리고 아파트 주민 혹은 상가이용자의 주정차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원구청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주차문제나 도로폭 등의 지역여건상 모든 자전거도로를 동일로와 같이 할 수는 없고, 자전거이용뿐 아니라 버스정차, 야간주차 등 겸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며 “만일 주차문제가 해결된다면 언제든지 펜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 공사를 감독하던 한국건설관리공사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앞의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부구간의 경우 “최소 차로폭을 유지하기 위해 펜스를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리해보면, 인근 아파트의 주차문제나 좁은 도로폭 때문에 자전거전용도로의 전 구간에 펜스를 설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와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각각 자전거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한글비석길과 노원길에 대해서는 펜스를, 펜스 설치 불가능한 구간에는 도로표지병을 설치할 계획이고, 자전거전용도로 시작 및 종착점과 교차로 부근은 유색포장으로 시각적 효과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건설관리공사 관계자 역시 “도로폭이 넓은 노해길의 경우 자전거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보완된 버스쉘터를 설치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안전장치가 없는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해 자전거이용자들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앞으로 설치 예정인 도로표지병으로 자전거전용도로의 경계를 인식하기 쉬워지고, 무단 주정차에 대한 주의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도로표지병과 도로색을 바꾼다고 자전거이용자들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마을버스나 택시의 정차, 그리고 일반차량의 무단 주정차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기에, 이십억 이상 투자된 자전거전용도로가 자칫 유명무실해 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