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도봉구청에서는 ‘사랑의 수화교실’ 마지막 수업이 한창이었다. 취재차 방문했다가 수업에 참가하게 된 기자는 수화초보자임을 드러내는 손동작으로 선생님과 짝꿍의 손을 커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노래를 더듬더듬 따라하고 나니 이윽고 나라와 도시를 수화로 배우는 시간. 선생님의 설명과 손동작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 미리 받은 교재를 보면서 따라하는데도 기본적인 손동작과 각 손가락을 지칭하는 명칭이 익숙하지 않아 마음처럼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더듬더듬 따라할 수 있었지만 가장 큰 난관은 따로 있었다. 이 날은 마지막 수업이었기에 실제로 농아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순간 ‘잠시 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왕 참석한 수업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보자’라고 결심했다.
2인 1조로 책상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교재로 인사와 간단한 표현, 그리고 내 이름을 익혔고, 곧 오늘의 첫 대화 상대가 되어 주실 분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인사를 하고 각자의 이름, 사는 곳, 가족을 묻고 나자 할 말이 없어진 필자는 특유의 뻔뻔함을 무기로 만국 공통어인 보디랭귀지와 필담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용하고 싶은 단어를 문자나 제스처를 이용해 묻고 그에 해당하는 수화를 배운 뒤 이를 다시 써먹는 식이었다. 대화 상대자가 바뀔 때마다 자신감을 더해간 필자는 몇 살처럼 보이는지, 남자친구가 있는지 등을 묻기 시작했다. 원래 표정이 다양한 편이긴 했지만 상대의 말에 표정이나 제스처를 통해 적극적으로 호응하자, 심지어 ‘개그맨처럼 보인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이렇게 수화를 사용하는 동안 필자는 감정표현이 더 풍부해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언어의 장벽이 있는 상태에서 표정과 제스처가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도 비교적 무뚝뚝하게 들리는 한국의 음성언어와는 달리, 종종 수화는 뜻을 생각하면 감정이 표정과 동작에 자연스럽게 실리기 때문이다. 한 예로 땅을 상징하는 손바닥 위에 사람을 상징하는 검지와 중지를 세운 뒤 손바닥을 돌리는 ‘외롭다’는 뜻을 가진 수화가 있다. 이 수화를 보며 필자는 별 다른 설명 없이도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의미를 생각하며 수화를 하니 음성을 통하지 않고도 미묘한 감정이 손동작과 표정으로 표현되는 것 같았다.
대화 내내 서로의 뜻이 잘 전달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상대방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했지만, 이런 과정 끝에 통하고자하는 마음이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작은 희망을 이번 ‘사랑의 수화교실’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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