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가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뭔가 일을 하고 싶어졌다. 웹디자인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교회에서 하는 미술치료 강좌를 자연스레 듣게 되었다. 듣다보지 관심이 깊어졌고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문적인 과정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이 시기는 그 이전에 배웠던 공부들과 많이 달랐다고 하는 윤은자 강사. 이전에 배운 것들이 지식이었다면 미술치료 강좌를 들으면서 배웠던 것은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한다.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할 것인가.
자격증을 따고 나서 처음 복지관을 찾았다. 치매노인들의 미술치료를 위해 수업을 진행했고, 수업을 통해 생활의 활력은 물론이고 보람으로 인해 삶이 힐링 되는 경험도 했다. 그런데 어르신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만들기를 통한 즐거움이 또 있기 때문에 뭔가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접목시키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자연스레 지인을 통해 종이접기 협회를 알게 됐고, 그 곳에서 아이클레어 만이 아닌 종이접기, 냅킨아트, 비즈 등 다양한 만들기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물론 자격증도 모두 취득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과후 교사로서 자격증이 하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필요한 분야도 많았고, 욕심도 났다. 지금은 아이클레어만이 아니라 한달을 4주로 계산해서 매주 다른 커리큘럼으로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만들기를 할 수 있도록 수업준비를 한다. 아이들을 만나서 수업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내가 스스로 준비하고 만든 것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같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성취감도 느끼게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아이클레이는 내가 생각하는 형태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재료를 만졌을 때의 촉감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색상을 혼합해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색채감각도 키울 수 있다. 윤은자 강사는 “평면에서 입체로 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 현재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강사를 하고 있고, 집에서도 수강생을 모아 수업을 진행했었고, 그 수강생의 안내로 장미공방에 강사도 될 수 있었다.
장미공방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연락이 왔다. 아주 우연한 기회인 것 같지만 윤은자 강사는 모두가 하나하나 소중한 인연들의 연결이라 생각한다. 처음 미술치료 강좌를 듣게 된 것부터 지금 이렇게 개구리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일까지 작은 일 하나하나가 연결고리가 돼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원구에 사는 주민으로써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그래서 더 소중한 기회였다. 노원구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연생태공원을 개구리 공원으로 특화시킨다고 한다. 이곳에 전시할 개구리를 스토리가 있는 아이클레어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복잡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나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에 맞게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창작을 하는 일은 처음이라 신기했고 즐거웠고, 아주 조금 부담이 되어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개구리라고 하는 서민적이고 친근한 캐릭터로 창작을 한다는 것이 참 좋았다. 그냥 단지 주어진 대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이야기로 내가 만든 작품을 모두가 본다는 생각을 하니까 더 정성스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개구리에 대해서도, 이야기에 대해서도 책도 많이 찾아보고, 자료도 많이 찾아봤다.
만들면서 가족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다. 스토리를 만들어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어색한 부분을 같이 손질했고, 작품만 보고 어떤 이야기인지 아이들 스스로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도록 선명한 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아주 짧게라도 멘트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연결해 가는 과정에서 힘들지 않을까 염려가 되지만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은 내가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기대가 훨씬 크다.
윤은자 강사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정형화 된 개구리가 아니라 재미있게 아이다운 눈높이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더 재미있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윤은자 기자 yej3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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