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부 시장상인들이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불법 고리사채를 상인회가 자발적으로 몰아내고 사채 없는 ‘고리사채 청정시장’을 선포한 시장이 처음 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수원 못골시장 상인들로 그동안 일부 상인들이 쓰던 고리사채(일수)를 중소기업청의 저신용 자영업자 특례보증 대출로 전환하여 사채를 없앴으며 이같은 움직임이 다른 시장으로 확산될 지가 주목된다.
중소기업청은 전국상인연합회,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7월 20일 오전 11시 수원 지동시장 입구에서 ‘고리사채 청정시장 선포식 및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발행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김문수 경기도지사(잠정), 이용두 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장과 시장 상인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고리사채 청정시장은, 고금리 사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난 시장을 뜻한다. 고리사채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시장상인들의 자립을 돕는 정책지원과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결합할 때 가능하다.
중소기업청은 전통시장 상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특례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무점포 노점상인부터 신용 10등급 자영업자들까지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금융소외 특례보증(9~10등급), 자영업자 특례보증(6~8등급), 지방 전통시장 소액희망대출 등 3종류의 특례보증제도를 통해 연 4.5~8%의 금리로 300만~2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청은 기존에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에서만 이 업무를 취급하던 것을 지방 시중은행까지 확대하여 서민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68만명의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5조원 규모의 특례보증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7월15일 현재 3.2조원, 64%의 보증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고리사채 청정시장’을 선포하는 못골시장은 상인회가 중심이 되어 동료 상인들에게 특례보증제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채를 정리하도록 설득하는 등 자발적인 시장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못골시장에는 101명의 상인 중 모두 5명이 사채를 쓰고 있었으나, 특례보증제도를 활용해 연리 7% 안팎의 금융권 대출로 모두 전환했다. 김상욱 못골시장 상인회장은 “고리사채에서 벗어나야 상인들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고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청은 지난 6월 서울과 수도권의 전통시장 각 1곳을 대상으로 사채이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노점상 포함)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서울 전통시장 상인의 8.1%, 수도권 전통시장 상인의 5.0%가 고리사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일수 이용자가 136.2%(일수 이자를 연리로 환산)의 높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 또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사금융시장 실태조사 결과 사금융시장 규모는 전국민의 5.4%인 189만명이며, 평균 이용액은 873만원, 이자율 평균은 연 72.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무등록 대부업체 이용자가 32.4%, 차입금액 500만원 이하 비중이 55%, 이중 58%가 연리 120%이상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사금융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전통시장에서 유통되는 온누리상품권 600개 시장서 첫 유통
이날 고리사채 청정시장 선포식과 함께 전국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도 첫 선을 보여 20일부터 유통된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전국 전통시장에는 36만명의 상인이 종사하고 있으며, 전통시장의 매출은 2001년 401조원에서 2007년에는 26조7천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경기둔화와 대형마트 등의 영향으로 영세상인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지역단위로 통용되는 전통시장 상품권이 있었으나, 새로운 상품권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유통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서울에서 산 온누리상품권으로 부산이나 광주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청은 현재 상인조직을 갖춘 전국 875개 시장 중 600여개 시장을 이 상품권을 취급하는 가맹시장으로 확보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약 100억원, 130만매 규모로 발행될 예정이다. 특히 환전 및 사용에 편리하도록 1만원권과 5천원권 등 소액권 2종으로 발행된다. 이와 함께 선물용세트 3종(3만, 5만, 10만원)과 상품권책(10만원)도 나온다. 1만원권에는 탈, 5천원권에는 뻥튀기 그림을 넣어 우리 전통의 정취를 담았다. <사진 참조>
온누리상품권의 판매와 회수는 새마을금고에서 하게 된다. 사업수행기관은 전국상인연합회, 인쇄는 한국조폐공사가 맡는다. 전국상인연합회와 개별 전통시장들은 온누리상품권 판매 촉진을 위해 상품권 구매고객에게 인근 전통시장 공용 주차장 할인권·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거나, 지역 특산물 및 축제를 연계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상품권의 사용을 높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 정부 등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평가와 행사시 지급하는 시상금품의 50%이상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공공부문에서의 안정적 수요도 확보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공부문의 상품권 이용 확산을 위해 우선 청와대는 상반기 평가 우수자에 대한 시상품으로 이날 700만원의 상품권을 구입키로 했다.
주요 기업들도 온누리상품권 구매약정을 체결하는 등 전통시장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SK와 수자원공사가 참여해 상품권 구매 약정식을 체결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상품권 구매 및 활용을 약속했다.
전국을 단위로 하는 온누리상품권이 유통됨에 따라 상품권을 매개로 하여 전통시장 활성화 노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겐세일 등 가격전략, 고객 인센티브전략, 후속구매 유도 설계, 고객충성도 제고, 선물을 통한 고객층 외연확장 등이 상품권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마케팅기법이다. 최극렬 전국상인연합회장은 “백화점의 예에서 보듯이 상품권은 통합 경영전략을 구현하는 중심에 있다”며 “온누리상품권 도입을 기점으로, 전통시장도 상인들이 협력하여 공동 마케팅전략을 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