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사람에게 얻는 것이 기본이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눔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시작한 노원의 휴먼북이 벌써 만 번 이상의 열람을 했다고 한다.
2012년 3월 100명으로 시작한 휴먼북이 지금은 561명의 휴먼북을 가지고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노원 휴먼북의 처음과 현재를 같이 해 온 양시모 관장은 “휴먼북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를 근본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책이 되다!! 얼마나 멋진 일인지 직접 느껴 본 사람만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공동체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존재감과 성취감을 주어 인간의 높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시모 관장은 휴먼북은 크게 4가지 정도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휴먼북에 대해 안내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휴먼북을 신청해서 노원문화정보도서관 내의 카페에서 만나 1대1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 외에 복지관이나 학교, 센터 등의 요구를 받아 찾아가는 휴먼북을 진행하고 있고, 1년에 두 번 대규모로 휴먼북과의 대화를 하는데 이때는 ‘노원 청소년 직업체험 페스티발’이라고 해서 직업특집으로 이루어진다. 또 휴먼북 초대석이라고 해서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여타의 강의와 다른 점은 강의외의 사적인 대화를 통해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 휴먼북을 시작할 때만 해도 휴먼북으로 나서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휴먼북을 만나는 사람들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쑥쓰러워서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다. 양시모 관장이 휴먼북에게 꼭 부탁하는 것이 있다. “절대로 교훈적으로 이야기하지 말 것, 훈계와 강의를 하지 말 것”이다.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독자가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독자가 즐거워 할 확률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휴먼북도 처음에는 단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당황해하기도 했으나 한사람의 삶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느끼고 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고 한다. 오직 한사람에게만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진정한 소통을 하고 난 후의 변화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애기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휴먼북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책 몇 권을 뒤져봐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을 전문가와 만나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만 한시간 안에 얻어 갈 수 있으니 독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말할 것도 없다.
간혹 독자가 원하는 것이 포괄적이라 상황이 안맞을 때도 있지만 그럴 경우 다시 다른 휴먼북을 추천한다.
휴먼북에는 공감 프로그램이 두 개가 있다. 책을 매개로 하는 것과 인문학 여행을 주제로 하는 것이 있는데 두 개의 프로그램 다 참여한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쌍방향 토크를 한다. 북토크의 경우에도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지 상대를 설득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토론을 하지 않는 특별한 모임이다. 다양한 생각,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이런 북토크가 벌써 16,000명의 참가인원을 기록했다. 양시모 관장은 “노원구에 있는 16만권의 책보다 더 높은 대출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휴먼북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주민들 속으로 다가가기 위해 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전문적인 분야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 지속적으로 휴먼북을 준비할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생활 휴먼북을 보강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갈 생각이다. 주민들끼리 휴먼북을 발견하여 다양한 삶의 인생담을 찾아 마을 단위의 휴먼북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발로 뛰어 사람을 만나 휴먼북을 차곡차곡 만들어 낸 양시모 관장은 “소통이라는 것이 처음 한 번의 만남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과정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찾아 올 정도로 자리를 잡았으며, 상설 휴먼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일한 곳이다”며 노원 휴먼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양시모 관장은 “한국사회가 성장위주의 물질 중심 사회로 성장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관계중심의 사회로, 소통하는 마을로 변화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노원의 휴먼북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사람이 중심인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윤은자 기자 yej3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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