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인간의 이빨로는 토끼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 하물며 호랑이나 사자에게 감히 대항하지 못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작은 동물도 이겨낼 수 없다. 흔한 늑대나 하이에나도 이기지 못한다. 하물며 코끼리, 매머드, 하마, 들소를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게다가 인간의 발은 그리 빠르지도 못하다. 인간은 달리는 토끼조차 따라붙지 못한다. 영양이나 노루도 따라잡지 못한다. 그런데 인간은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지배한다.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아무리 사나운 악어, 사자, 호랑이, 퓨마, 치타라도 모두 동물원에 가둬 놓고 먹이를 주며 기른다. 그래놓고 감상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왜 그럴까. 왜 가장 힘이 없고 빠르지도 못하고 이빨도 약한 인간이 힘세고 무섭고 빠른 동물을 이길 수 있었을까?
이유는 단 한 가지, 인간은 이빨이나 발을 쓰는 대신 손을 쓰고 머리를 썼기 때문이다. 손을 쓰면서 도구가 생기고, 그러면서 두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나은 게 있다면 바로 손과 머리를 쓰는 기술이다. 손을 쓰는 동물로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이 있지만 인간만큼 정교하지 못하고, 머리야 개미부터 악어까지 모든 동물이 다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머리만큼 크지 못하다.
그렇다. 인간은 두뇌를 발달시키면서 지혜를 모으고 다른 집단에 이 지혜를 전파했다. 지식은 핏속에 흐를 수가 없으니 언어로 바꾸어 대를 이어 두뇌에 저장해야 한다. 인수분해나 미분적분 푸는 법, 언어 등은 DNA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두뇌에 저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학습기간이 가장 길다. 무려 20년이 넘도록 공부를 한다. 인간이 만일 두뇌에 지식을 저장하지 않고 일반 동물들처럼 태어난 그대로 산다면, 인간은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날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같은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독서율이 엄청나게 높다. 더러 일본은 만화책을 많이 읽어 그렇다고 하지만 만화책이라도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훨씬 좋다. 더구나 만화책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질 좋은 만화책이 아주 많다.
세계적인 지도자나 성공한 인물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대부분 독서광이라는 사실이다. 독서 효과는 사실 좌뇌형 국가인 일본이나 독일, 영국보다 우뇌형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크다. 특히 미국은 매우 창의적인 인물이 많이 나와서 세계 경제, 세계 기술 등을 이끈다.
이 사실에 희망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좌뇌 우뇌 중 우뇌가 지나치게 발달되어 있는 극우뇌 우세 지역이다. 그래서 매사 감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이 생긴다. 푸른색과 파란색은 엄연히 다른 색깔인데도 뒤죽박죽으로 그냥 함께 쓰고 만다. 우연하다는 뜻인데도 우연하지 않다는 우연찮다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파우스트는 소설이 아니라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한다. 파우스트는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로 대충대충 그 뜻을 넘겨짚으며 넘어간다. 행복한 주말되라고 인사한다. 사람더러 주말이 되라고 말하는 거지만 대개는 대충 넘어간다.
커피는 셀프라고 한다. 커피는 커피지 셀프가 아니다. 말이 안되는 말이지만 그래도 따지지 않는다. 이렇게 말이 애매하면 언어생활이 분명하지 않다.
고려청자가 아무리 좋으면 뭘 하는가. 혼자만 만들고 만다. 금속활자도 그렇다.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 출판문화나 독서문화가 발전한 게 있는가? 없다. 왕실에 바치는 어용 도서나 몇 권 찍고 말았다. 일본이 쳐들어온다고 아무리 경고해도 쪽바리가 무슨, 이러면서 무시해버렸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다 그렇게 남을 업신여기기만 하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대비를 하지 않아서 일어난 전쟁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법을 잘 안 지킨다. 그냥 내가 누군데? 남도 안 지키는데. 지키는 놈만 바보지. 이러면서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버린다. 그래서 기초학문은 발달하지 않고 응용기술에만 능하다. 뭐든 진득하게 꾸준히 하지 않고 후다닥 해치운다. 그래서 빨리빨리!가 우리나라 국민성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우뇌 편향이 너무 지나쳐서 그렇다. 우뇌가 강한 민족은 우리하고 비슷할까?
그렇다. 이탈리아가 그렇고, 중국이 그렇다. 몽골도 그렇다. 일어날 때는 벌떼같이 무섭게 일어나지만 쓰러질 때는 어이없이 무너진다. 끓기는 빨리 끓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금세 식어버린다. 냄비근성을 보이는 게 우뇌국가 국민들이다. 그러니 선전선동가가 나서면 그냥 다 넘어가버린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큰 고생을 했는데, 일본이나 싱가포르만은 그렇지 않았다. 일본이 부자라서가 아니라 대비를 했기 때문이다. 우린 넋놓고 있으면서 전문가들이 외환위기를 경고해도 괜찮다, 펀터멘탈이 튼튼하다고 우기고, 대통령은 그저 거드름만 부리다가 크게 당했다. 우리나라 처럼 우뇌가 강한 터키, 이집트,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을 보라. 불같이 일어났다가도 갑자기 몰락하는 특징을 갖고 있잖은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