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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는 정재호씨는 주말을 이용해 도봉산을 찾았다. 옷을 사기 위해서다. 기분 좋게 쇼핑을 마치고 난 후 월계동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도봉산역 1호선 역안으로 들어왔다. 오후 6시가 지나 주위가 어두컴컴한 시각이었다. 도봉산역은 들어오는 통로 중 좁은 곳이 있는데 계단을 오른 어느 할머니가 그 통로를 통과하기 위해 지나치다가 철로로 떨어졌다고 한다. 술이 좀 드신 상태라 그런지 철로로 떨어진 상태에서 몸을 지탱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늘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한 남자가 내려갔고, 같이 돕기 위해 옆 칸에 있던 정재호씨도 철로로 내려갔다. 할머니를 힘을 합쳐 철로 위로 올리고 둘도 같이 철로로 올라온 순간, 빠아앙 소리와 함께 열차가 지나갔다. 눈 앞이 아찔한 순간이었다. 주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은 열차를 세우라고 소리를 지르고, 모두가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할머니를 올려놓고 열차가 지나가고 나서야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구나, 나도 어떻게 됐을지 모를 무모한 행동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철로 위로 올라 온 할머니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창동으로 가야겠다고 하여 같이 있던 사람들이 열차에 올라 할머니가 창동에 내려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할머니는 병원은 알아서 할테니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정재호씨는 처음엔 위험하니 안하니 하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었다. 퍽소리와 함께 사람이 떨어져 있었고 그 모습을 보니 아무런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뛰어내렸다고 하며 평소에도 봉사활동을 하고 보니 무엇인가를 바라거나 생각하기 보다 힘이 되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뿌듯한 마음이 들고, 고마워하는 할머니를 보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
정재호씨는 현재 노원경찰서의 시민경찰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마 아직은 이런 이웃들을 주변에서 만날 수 있어 우리 사회가 살만하다고, 살맛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