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발원지에서 첫 출발할 때 두려움이
정으로 그리고 환희로 바뀌었다.
그리고 의무가 남았다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김용택 시 섬진강15전문 중에서-
강은 세계적으로 문명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그렇기에 사람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공간이고 시간일 수 있다.
우원식 국회의원(민주당, 노원을)이 5년여에 걸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강 5곳의 도보여행을 마쳤다. 1년에 한 곳씩 여행을 다녀왔다.
우원식 의원은 2005년 섬진강을 시작으로 했을 때부터 우리나라의 5대강을 다 걸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국회의원이 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큰 방향을 잡은 것이 "5대강을 걷자"였다.
"현장에서 정책과 제도개선의 답"을 찾자는 취지로 시작된 5대강 걷기는 2005년 섬진강(212km)에서 시작해 2006년 금강(396km), 2007년 한강(482km), 2008년 낙동강(522km), 2013년 영산강(136km)까지 생명의 속도인 두발로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총 1,748km의 우리강 도보순례 대장정을 지난 7월 16일 영산강 하구둑에서 마무리했다.
처음 강을 걷기로 마음을 먹고 첫 발을 내딛으면서 "건강과 체력이 될까?"라는 점에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는 곧 기우였음을 느꼈다. 강가의 주민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정을 느끼고,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강을 따라 걷다보면 산촌에서 시작해 농촌, 도시, 어촌을 모두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우리네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과 고민이 거기에 다 있다.
처음 섬진강 수분리를 갔을 때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만나본다는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다 모여 동네잔치가 됐던 것도 아주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이다.
강을 걸으면 첫째 날은 같이 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가게 되고, 둘째 날부터는 할 얘기가 없어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고 한다. 삼일 째가 되면서부터는 자연 속에 푹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매순간 시간이 아까워지고 성취감과 에너지가 꽉 차서 끝날 때에는 펄펄 날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단다.
5대강 걷기를 마무리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과 전국의 모든 시군구를 걸어간 사람이라는 자부심이라고 한다. 그래서 낯선 곳 낯선 사람이라는 편견이 없어지고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해진다고 한다. 또 우리강산 우리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되었다. 많이 오염됐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곳이 더 많다는 것.
이번 영산강을 걸으면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우 의원은 18대 원외로 있으면서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4대강 강바닥에 쏟아져 붓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비감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고 한다. 그 때 그들에게 "당신들 강을 알기나 하나? 4대강을 걸어본 적이나 있나?"라고 묻고 싶었다.
우 의원은 "모두가 알고 있었던 4대강 사업의 실체는 추악한 담합과 대운하 욕심으로 강바닥에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대형토목기업을 위한 사업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물 부족, 홍수피해, 일자리창출, 생태계 복원 어느 것 하나 거짓이 아닌 것이 없고, 추진과정은 불법과 부패로 얼룩지지 않은 것이 없다"며 "현장에서 겪고 본 영산강 4대강 사업은 헛돈 쓴 사업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산강 4대강 사업은 3조 1,700억 원이 소요된 사업이다. 정부는 영산강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질개선을 하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수질은 악화되고 있다. 승촌보와 죽산보로 막혀 호소가 된 영산강은 COD(화학적산소요구량)의 경우 2005~2009년 평균대비 2012년 평균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고, 녹차라떼의 원인인 조류의 기준인 클로로필에이(Chl-a)가 3.45배 악화된 곳도 있었다.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T-P(총인)이 약간 개선되었으나 COD와 클로로필a가 악화되었다는 것은 효소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영산강의 현장은 수질 오염의 큰 원인이 되는 오폐수를 처리할 환경기초시설은 간과되고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승촌보, 죽산보 등을 만드는데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영산강에는 상류에 4개의 대형댐이 있고, 수많은 농업용 보들로 이미 하천이 정체되어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데, 4대강 사업은 여기에 승촌보와 죽산보라는 대형댐 두 개를 추가로 설치해 수질악화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하천의 인공구조물은 수질악화만이 아니라 강이라는 생태계 축을 단절시킨다. 전국 하천에 3만 6288개의 보 등 인공구조물 중 어도가 설치된 곳은 841개로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하천은 3만여 개로 토막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18억원을 들인 준설은 수질개선에 도움이 되는 모래, 자갈이 없어졌고, 재퇴적으로 인한 헛준설, 인공적으로 만들었던 하중도 유실 등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다보니 헛돈을 썼다. 영산강에는 자전거 마니아를 위해, 예전엔 정취 있는 흙으로 덮인 둑방길을 시멘트와 아스팔트 자전거도로를 만드는데 383억원이 소요되었다. 하루 종일 걸어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14~16일(일,월,화) 나주, 무안, 목포 구간 자전거 타는 사람 총 9명) 자전거도로가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일보다 시급했던 일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지금의 섬진강까지 포함하여 전국 5대강 중 유일하게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 못한 영산강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수질개선을 위한 투자이다. 열악한 재정형편에 있는 지자체를 위한 특별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4대강 영산강 사업은 다른 곳에 재원의 대부분을 썼고, 수질은 나아지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그래서 헛돈 쓴 꼴이 되었다고 했다.
영산강을 다녀온 지금은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자료집도 만들고 정책제안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 강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