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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충무공이 탁월한 무관이면서 동시에 행정관료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청백리라고 하는 사실에는 덜 주목하고 있다. 그의 일화를 전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록에는 관직생활 동안 충무공이 보여준 청렴함과 강직함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일화를 보면,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한다. 그가 근무하는 관아에는 오동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다. 하루는 그의 상관이 심부름꾼을 보내서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그 오동나무 중 한 그루를 베어 가겠다”는 말을 전했다. 충무공은 “관아 뜰의 한 그루 오동나무도 나라의 것이다. 나라의 물건을 사사로이 쓸 수 는 없는 것이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최근 많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와 이로 인한 재정부실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되새기게 되는 대목이다. 특히 지방재정 부실은 지방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지역경제 쇠퇴로 이어지고 결국은 지방자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자치단체 업무 중 계약심사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계약심사제도는 각종 공사, 용역, 물품구매 등의 계약행정에 원가분석기법을 도입하여 사전에 예산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시공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원가산정, 설계변경 등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제도이다. 또한 세출예산을 절감해 나감으로써 공무원의 경영마인드를 제고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계약행정의 혁신적 제도이다. 계약심사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사항이며 서울특별시 도봉구 계약심사업무처리규칙 제3조에 따르면, 구 본청의 담당관 및 과, 보건소, 동 주민센터, 지방공단, 국비나 시비 또는 구비가 보조되는 법인이나 단체가 발주하는 3천만원 이상의 건설공사, 2천만원 이상의 용역, 5백만원 이상의 물품 제조구매, 계약금액 3억 이상인 공사 중 1회의 설계변경에 따른 증액분이 해당 계약금액의 10%이상인 공사인 경우에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계약심사를 받아야 한다.
계약심사 제도에 대한 역사적 연원을 살펴보면, 1980년대 영국에서 재정적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미국, 일본 등에서도 예산절감을 위한 시장주의적 개혁을 추진하면서 국제적으로 일반화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2002년 민간기업 CEO 출신 시장 취임 후 시정운영에도 민간경영마인드를 도입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행정, 시민참여를 통한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자 행정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계약심사제를 도입하면서 확산되었다.
계약심사제도의 운영과정을 살펴보면, 발주부서에서 계약심사의뢰를 하면 계약심사부서에서는 행정안전부 예규 ‘지방자치단체 원가계산 및 예정가격 작성요령’에 따라 심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주부서, 계약부서에 통보하게 된다. 그러면 발주부서는 통보된 금액을 기준으로 계약요청을 하게 되고 계약부서에서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계약심사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발주예산은 바로 계약부서로 통보되어 수의계약 또는 입찰과정을 거쳐 낙찰업체가 선정되었는데, 계약심사제도는 바로 예정가격의 산정을 원가계산이라는 방식을 통해 합리적으로 산정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도봉구에서는 민선5기가 출범한 2010년 처음 감사담당관실에 계약심사 전담팀을 설치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계약심사제를 통해 예산절감, 계약행정의 투명성 확보, 건전재정운영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계약심사제를 무조건적으로 발주부서의 예정가격을 줄이고 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계약심사제의 근본원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계약심사제의 목적은 예산절감이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예정가격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고 전문적인 원가계산을 바탕으로 기초금액 및 예정가격의 과다, 과소 산정여부를 효율적으로 검토하여 발주부서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시공사가 공사를 하게 함으로써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양질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데 있다는 점을 계약심사 담당자로서 강조하고 싶다.
또한 계약심사 업무를 하면서 간혹은 원가분석 및 시장조사 등을 통해 발주부서의 예정금액을 조정하는 일이 있는데, 만약 계약심사 담당자인 내가 규정에 따라 세세한 항목까지 충분히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조금이라도 소중한 혈세를 낭비할 수가 있었겠구나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꼭 지켜야할 덕목 중의 하나가 절용”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인 씀씀이를 절약하는 사람은 많지만 관재를 아끼는 사람은 드물다. 관재를 내 것처럼 아낀다면 현명한 수령이다”라고 절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옛날에 어떤 현감이 공적인 일로 편지가 왔는데 관용(官用)의 촛불을 켜고 봉한 편지를 뜯어서 보다가 속에 집안에서 보낸 편지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그 촛불을 끄게 하고 자기 초를 켜고서 편지를 읽었다. 집안의 편지를 읽고 나서야 다시 관용의 촛불을 켜고 공문을 읽었다고 전한다. 우리 계약심사 담당 공직자들이 위의 현감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따라 배우기는 어렵더라도,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조한 것처럼 절용의 중요성을 마음에 새겨 시민의 소중한 세금과 관재를 내 것처럼 아끼겠다는 마음으로 공직생활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