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일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에게는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어 그저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의미가 되어주기도 하고, 그래서 그 사람이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도, 내가 혼자가 아니라 사회속에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요즘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워낙 힘들어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고 하지만 일을 한다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이들에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해주고, 또 함께 일함으로써 세상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노원 장애인 일자리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1관에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협동작업을
‘장애인 일자리센터’는 현재 1관과 2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1관에서는 원생 30여명에게 그 특성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시키고, 양말포장과 박스포장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적장애인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숫자개념이라고 한다. 안진모 팀장은 “보통 20세 정도의 청년들의 지적 수준이 초등학생 2~3학년 수준이다. 일을 하는 데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숫자개념이기 때문에 구몬학습을 하는 등 중점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성과는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비장애인들보다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좁다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장애인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센터장도 수직적인 구조보다는 수평적인 구조로 같은 계단에서 수준을 끌어올려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에서도 자원봉사를 해주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2관, 현수막사업으로 돈을 버는 일
2관에서는 실질적으로 일을 하고 돈도 벌어오는 사업을 하는 사업팀이다.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 직원들에게 작은 돈이지만 일한 만큼의 보람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적게는 15만원에서 60만원까지의 급여가 나가고 있으며 총 2,000만원이 나가고 있다. 2관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현수막 사업이다. ‘신개념 현수막’으로 구청에서 허가된 현수막을 취급하고 있어 관공서에서 주문을 받는 것이 80%정도이다. 노원일자리센터에서 만드는 현수막은 디자이너들의 우수한 실력으로 뽑아내는 참신한 디자인이 강점이며 신속하게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줄 수 있다는 것이 또다른 장점이다.
그러나 현수막은 공해사업이다. 환경적으로 공해이기 때문에 사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최대한 재활용하여 공해를 줄이는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 방편으로 폐현수막을 이용해 장바구니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를 하고 있고, 마대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은 천을 이용한 다양한 차량덮개를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으며 각목과 현수막을 이용하여 화분을 만들기도 하고, 각목은 다양한 크기의 냄비 받침을 만들기도 한다.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의 2관에서 현수막 사업을 하고 있는 안진모팀장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묻는 것, 바로 대화의 시작
1관으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원생들은 주변의 장애인 시설에 홍보를 해서 면접을 하여 뽑는다고 한다. 그 이후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고, 가능하면 자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주간보호시설과 일자리시설의 중간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바리스타 교육도 하고 있어 앞으로는 교육받은 장애인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커피전문점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안진모 팀장은 같이 일을 하다 보니 봉사라는 개념이 바뀐다고 한다. “처음 봉사를 할 때에는 내가 즐겁고 행복해지는 내 만족감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소명감으로 그 느낌이 바뀌었다. 이 사람들과 같이 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한다. “장애인들을 도울 때도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묻고 했을 때 서로에게 만족도가 훨씬 높다”며 인격체로 대화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애인들이 일을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앞으로 ‘노원장애인일자리센터’는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고,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단체가 더욱 단단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수막을 각목과 분리하여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는 모습
윤은자 기자 yej388@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