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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고 2학년 이주영 양, 미술-문학 통섭 시도해 눈길
“누구의 마음에나 산타클로스는 있다.” 불암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소녀가 내뱉은 말은 그의 행동만큼이나 성숙하다.
이주영 학생은 ‘크리스마스 거품 대소동’이라는 신작 동화책의 저자이다. 글과 그림을 모두 빚어낸 소녀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 전문 디자이너 회사 대표조차 격찬했다. 동시 출간 못한 작가의 영문소설판까지 생각하면 더 대단하다.
작가는 중3 때부터 ‘일루니아의 모험’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한편 사물을 관찰하고 모순에 대해 생각한 것이 책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겉모습은 험상궂게 생겼지만 속은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이 작가는 미하엘 엔데, J. R. 톨킨, 이어령씨, 윤동주 시인, 최재천 교수 등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1,2학년 연속해서 노원문예한마당 시 부문에서 최고인 준 장원을 받으며 나타낸 소녀의 문학 재능은 당시 박혜숙 담임선생님이 재능을 알아봐준 것이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 작가는 서울시 교육청 주관 미술 영재 고등부 과정을 최우수로 졸업할 만큼 미술의 재능도 뛰어나다. 일찍 보인 재능 탓에 사교육을 받지 않고 영재 공교육 과정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이 작가는 “미술 영재원 수업에서 판화, 파스텔 등 다양한 기법을 배울 수 있었고 남산도서관의 ‘예비작가교실’에서 직접 작가들을 만나고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이미 많은 동시와 동화, 수필을 써놓은 상태라고 한다.
모범적이고 겸손한 학창시절을 보내왔으나 중 2때부터 1년 6개월간은 원인불명의 병으로 오랜 시간 누워있기도 했다. 그러나 “완벽주의자의 성격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것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인문과 예술 전반을 아주 좋아하고 재능을 나타내는 작가에게 막힘없이 두루 잘한다는 뜻의 ‘통섭의 재능’이란 말은 아깝지가 않다. 소녀는 병으로 워낙 아팠었기에 결석 없이 학교를 다닌 올해가 자랑스럽다. 규칙적인 수면을 중시하고 무엇이든 잘 먹는다는 작가는 현재도 사교육 없이 집에서 학과 공부만 실시하고 있다.
부모의 도움으로 바쁜 학창 시절 중에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가진 또 하나의 행운일 것이다. 작가는 가족과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유럽 여행을 간 것은 이번 작품을 만드는데 큰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보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환상의 나라인 일루니아에서 온 요정이 윤수, 윤정 남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들의 나라에 지독한 악당인 블랙뱀프가 쳐들어와 주민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블랙뱀프는 요정이 사람들의 한숨을 모아 눈으로 바꾸어 하얗게 내리게 하는 일을 방해하고, 희망의 묘약마저 뺏어간다. 이 묘약이 없으면 한숨을 눈으로 바꾸지 못해 거품이 되고 말뿐만 아니라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줄수도 없다. 남매는 블랙뱀프에 맞서 싸우게 되는데, 과연 묘약을 되찾아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까?
이 작가가 쓴 동화, ‘크리스마스 거품 대소동’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묘사한 그림이 고교생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밀하고 현란하다. 기존 그림책과는 다른 파격적인 구성도 눈길을 끈다. 책에 나오는 그림을 따로 모아 ‘일루니아 환상미술관’이라는 타이틀로 책 속 전시회를 펼치는 부록은 깜짝 보너스다.
이주영 학생의 장래 희망은 영화 산업 디자인, 작가 등 여러 가지이지만 우선 진로는 미술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작가는 앞으로 이 작품에 이어진 시리즈로 책을 내놓을 생각이다. 글과 그림을 창작하는 것이 기쁘기 그지없다는 그녀에게 우리는 앞으로의 작품에 대해 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크리스마스에 딱 맞는 따뜻한 메시지의 동화책 한 번 읽어보시라.
장문기 기자 boriblue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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