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영백화점 앞 노점상 정리, 구 직제개편, 교육특구 지정에 큰 역할
"실천에는 모험과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 결과가 두려워 실천을 회피한다. 하지만 멀리에서 보면 무서워 보이는 것도 가까이서 잘 보면 그다지 무서운 것이 아니다" 전 인도 수상 네루가 감옥에서 딸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짐작으로 움츠려드는 마음을 지적한 말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생각이다. 특히 중립적인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은 일의 경중에 따라 심적 갈등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노원구의회 사무국 김기학 국장은 그런 면에서 공무원 사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번 6월 20일자 노원구 승진 인사에서 서기관 임용 4년 만에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하는 영예를 안았다. 1970년대 일반직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지 36년만이다. 물론 이같은 영예는 쉽게 온 것이 아니다. 갖은 일을 다 겪으면서도 업무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부딪혀 보자는 평소 자세가 바탕이 됐다.
김 국장이 그동안 거둔 성과를 살펴보면 그의 업무 스타일이 뚜렷이 나타난다. 인구 천 만 명의 대도시를 움직이는 서울시 본청에서 1988년부터 2006년 8월까지 19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회계, 문화, 건설, 세무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그러한 경험이 노원구에 와서 빛을 발했다.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전임 이노근 구청장 시절인 2007년 9월, 교육진흥과장으로서 노원구가 전국 최초의 교육특구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을 들 수 있다. 노원구는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해 어느 지역보다 교육열이 높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교와 학원가가 밀집되어 있는 중계동 은행사거리 등 교육 인프라는 충분했지만 강남Å북 지역 간 불균형으로 그 장점을 살리지 못했었다. 다행히 교육특구 지정으로 노원구만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게 된 것을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
이밖에도 장마철에만 물이 흐르는 만년 건천인 버려진 하천을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지역의 명소로 바꾼 당현천 조성 사업도 그의 열정이 담겨있다. 과거 쓰레기와 불법 경작으로 몸살을 앓던 이곳은 현재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과 주민들의 산책코스로 각광받는 이 지역의 소중한 여가 공간이 되었다.
그러한 업무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이노근 구청장 시절 교육진흥과장에서 총무과장으로, 또 행정관리국장으로 발탁되었다.
표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그의 업무 스타일은 민선 5기 들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구청장이 바뀌었음에도 계속 행정관리국장으로 재직, 1년 6개월 간 김성환 구청장을 보좌하면서 직제 개편 등 조직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김 국장이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중시한 원칙이 있다. 공무원에게 성실과 원칙은 기본이고 남이 시키는 일만 하려하기 보다는 주인의식을 갖는 자세다. 주인 의식을 가지면 일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인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한 업무 자세로 해결된 일을 꼽으라면 건설교통국장 재직 시 노점상 정리를 들 수 있 다. 중계동 건영 옴니 백화점 앞 공영주차장을 점유하고 있던 대규모 노점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다. 상인들이 구청에 까지 몰려와 해당 부서를 점거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 이와 병행해 노점상 대표들을 설득해 3년간 끌어오던 사안을 해결 했다.
이러한 뚝심은 항상 공부하는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지금도 후배들에게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당부하는 이유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관련 규정을 찾아보고 연구하는 태도가 업무 추진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러는 자신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2011년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30여 년 간의 공직 생활 중 개인적으로 굵직한 업무를 경험해 보고 또 큰 영광을 가져다 준 노원구에서의 근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앞으로의 노원사랑 계획도 빠뜨리지 않았다. 혼자 힘으로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공직의 마지막 시점에 구청장님을 비롯한 선후배 간부들, 그리고 많은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이 있어 승진의 영예를 안았다고 주위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노원 발전을 위해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겸손한 그의 말에서 오랜 공직 생활에서의 연륜과 노원의 밝은 미래가 점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