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폐기물 처리비용 중앙정부로 넘긴 첫 사례, 분류과정 비용도 국가부담
노원구 월계동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 폐아스콘 치리비용을 둘러싼 노원구와 중앙정부의 기나긴 줄다리기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다.
노원구는 25일 법제처가 폐아스콘 처리비용 80억원에 대해 노원구가 아닌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원구청 뒤편 공영주차장에 임시 설치된 가건물에서 안전장비를 갖춘 전문 인력들이 방사능 오염 폐아스콘 분리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작업은 지난 18일 완료되었으며 경주방폐장으로의 이송을 위해 현 위치에서 대기 중이다.
법제처는 지난 4월 원자력위원회가 질의한 "도로법 제15조에 따른 도로에서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발생자가 불명확한 경우, 그 방사성폐기물의 이동 저장 등의 처리 및 그 비용부담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해 "방사성폐기물의 발생자가 불명확할 경우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난 23일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2월 경주와 포항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폐기물이 소량으로 발생되었으나 처리비용부담 주체가 불명확해 도로관리청에서 처리비용을 부담했다. 그러나 이번 법제처의 유권해석으로 발생주체가 불명확할 경우 도로관리청이 자치단체이더라도 중앙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첫 사례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 방사능폐기물 처리비용 부담 중앙정부와 끈질긴 한판 승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1g 당 10 Bq(베크렐) 이상의 세슘을 포함해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 폐 아스콘은 경북 경주에 있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내고, 나머지 폐 아스콘은 일반 폐기물로 분류해 매립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분류 작업에 들어가는 80억 원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노원구는 "문제의 아스팔트는 방사능에 오염된 아스콘 자재가 원인이고, 지난 2000년 아스콘 폐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완화한 건 정부다. 따라서 정부의 방사능 물질 관리 법규 미비와 관리 부실로 생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자치구에 떠넘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중앙정부에서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문제의 아스콘은 정부에서 품질을 관리·감독하는 조달청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아스팔트를 포장한 구매자이며 발견자에 불과하므로 아스콘을 납품 한 정부는 공급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총리실, 지식경제부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방사성 오염 폐 아스콘이 나온 월계동 도로 관리청인 노원구가 처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끈질긴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자력위원회는 지난 4월 법제처에 비용부담에 대한 질의를 법제처에 냈다.
법제처는 이에 대해 5월8일과 15일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2차례 개최하여 이해관계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노원구가 참여한 가운데 의견을 들었다.
이날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도로법에 방사능 물질에 관한 제한 규정이 없고, 도로의 유지보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방사성 물질의 제거 행위를 도로의 유지관리로 보기 어렵다"는 것과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는 자치단체가 처리할 권한이나 책임이 없어 노원구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냈으며 법제처는 이를 토대로 5월 23일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한다"라는 유권해석을 최종 내렸다.
이번 유권해석과 관련해 폐기물 처리비용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폐기물 처리비용 80억을 지식경제부에서 부담하고 노원구가 분류작업등에 소요된 비용 9억5천만원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 방사능폐기물 발생 경위
지난해 11월 월계동 도로에서 방사선이상준위가 측정되었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검사결과 1.4μSv/h(시간당 마이크로 시버트) 및 Cs-137(세슘) 검출되었고 방사선 발생 원인을 아스팔트 포장재에 있는 것으로 잠정결론 지었다.
당시 정부는 월계동에서 검출된 방사능이 연간 허용한도의 50%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노원구는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의 20배 이상 높고, 이 지역일대는 초등학생 통학로 및 상가와 주택 밀집지역으로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주민들의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로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감 해소가 최우선이라 판단한 노원구는 11월 4일 문제의 아스팔트를 걷어냈다.
◆ 방사성도로폐기물 처리경위
월계동에서 걷어낸 아스팔트는 마들체육공원 폐수영장에 임시보관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구청 뒤편과 한전연수원(노원구 공릉동 소재)이 검토 되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주춤했었다. 이에 노원구는 서울이 아닌 제3의 장소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노원구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노원구 안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만 했다.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방사능폐기물을 분류하여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하는 게 최선이라 판단하여, 수차례 인근 아파트단지 대표 및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1월26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구청 뒤편 공영주차장에서 분류·작업을 하도록 주민들과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방사성폐기물 분류작업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2월1일부터 분류작업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구청 뒤 공영주차장에 가설건축물을 축조하고 내부에는 부압장치를 설치하는 등 4중 안전시설을 마련했다. 또한 누구든지 원하면 작업장을 볼 수 있도록 작업현장을 공개했다.
구는 5월18일 드럼통(200ℓ) 1,400여개에 해당하는 방사성폐기물 분류작업을 완료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비상대책위원장은 "금번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신속히 중앙정부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법제처가 방사성폐기물 처리업무를 국가가 수행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환영한다며 구는 이번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조속히 정부와 협의해 방사성폐기물의 이전처리를 조속히 완료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