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분석 끝에 화재 원인을 밝혀낸 사례가 있어 언론에 보도된 바가 있다. 인근 방범용 CCTV를 통해 최초 발화지점은 쉽게 발견하였다. 그러나 화재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발화지점 인근에 특별한 화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가 의심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화재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30분 전부터 지나간 행인이 없어 담뱃불에 의한 가능성이 아닐 수 있어 전기적 요인 또는 자연발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인근 가게 CCTV 모두를 확보하여 영상분석 범위를 확장하였다.
각 점포 CCTV 영상을 면밀하게 분석을 하던 중 건물 위에서 담배꽁초가 떨어지는 장면을 확보하면서 담배꽁초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고 심증을 굳혔다. 그리고 2분여 후 화재가 발생하는 영상을 통해 추가로 확보하면서 화재 원인을 담배꽁초로 확정할 수 있었다.
CCTV 영상을 확보했으나 화면상태가 선명하지 않아 화면 속 인물, 물건 등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은 렌즈 자체의 굴곡, 온도, 조명, 다가옴과 멀어짐 등에 의해 왜곡되어 실제 모습과 달리 보이거나 변형되어 보이기 때문에 ‘영상분석’ 작업을 통해 왜곡·변형상태를 극복해야 한다. 야간에 찍힌 인물 영상의 경우, 눈도 식별하기 어렵고 특히 마스크와 모자를 썼을 경우 인물을 특정하기 어렵다.
먼저 영상이 왜곡되는 원인을 충분히 감안해 몇 시간이고 계속 영상을 보면서 특징점을 찾아야 한다. CCTV 영상을 면밀히 관찰하면 사람의 신체적 특징이나 나이, 키, 몸무게, 습성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영상에 찍힌 담과 블록의 높이를 통해 용의자의 키를 알 수 있고, 관절의 움직임과 담을 타는 느낌을 보아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담을 넘을 때 관절과 어깨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용의자가 입은 바지와 안경, 귀걸이 등을 통해 나이를 가늠할 수 있고, 점퍼를 입었을 때 체형으로 보아 몸무게를 추정할 수 있다. 용의자의 옷차림을 근거로 전문 상습범인지 초범인지 분석할 수 있다. 전문 상습범은 범행을 위해 평범한 옷을 구입하여 입는 경향이 있다. 야광이 들어있거나 유행하지 않는 옛날 모자를 썼다면 이는 범행하려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 평소 입는 본인의 옷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경찰은 사건 사고가 터지면 제일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증거를 수집하고 탐문하고 잠복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CCTV 영상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현장보다 CCTV 영상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되었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이 터지면 범인 또는 피해자의 동선이라고 생각되는 노선을 따라 CCTV 영상을 구해야 한다.
지자체의 CCTV는 물론 슈퍼, 세탁소, 다이소 등 거의 대부분 가게가 CCTV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가게에 들어가 CCTV 영상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가해자가 몇 시에 나왔는지 시간대가 특정이 안 될 경우에는 하루종일 CCTV 영상을 봐야 하는 때도 있다.
수사에 있어 CCTV 영상에 치중하면서 참혹한 영상을 계속 봄으로써 겪는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CCTV 영상분석을 하며 들여다본 영상 속 참혹한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악몽을 꾸거나 심지어 정신과를 다녀왔다는 사례도 있다. 10여 년 이상 경찰 생활을 하면서 끔찍한 사건 사고 현장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CCTV 영상을 보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고충이 심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CCTV 영상은 높은 활용도와 함께 개인정보 유출, 영상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 부작용도 함께 고민할 때가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