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이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함께 살펴보며 중앙아시아 고려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길”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2세인 김 블라지미르(한국명 김용택)씨가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고려인의 역사를 소설로 써낸 ‘김가네’의 출판을 기념하여 한국에 입국했다. 김용택 씨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으로 살면서 ‘공훈 기자’ 칭호를 받은 언론인으로, 소련이 연해주에 살던 우리 동포들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집단 강제이주 시킨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 2세로 태어났다. 김씨는 지난 2023년 고려인 후예 한국전통문화 전승교육을 위해 방문한 이경철 전 노원구의회 의장과의 인연으로 노원에 머물고 있어 김 씨의 삶과 소설 ‘김가네’의 이야기를 듣고자 만나보았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고려인의 역사 소설 ‘김가네’ 출판
1946년 고려인 집단농장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고 3개월 후 조선이 해방됐으니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고려인들과 북한으로 돌아가 함경북도에서 살았다. 12남매에 막내로 태어나 맏형과는 20살 차이가 난다. 아버지는 고국에 돌아간 지 2년 만에 돌아가셨고, 맏형은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아 소련 전문가로 북한에 초청되어 갔다가 숙청 바람으로 인해 북한을 떠나 중국 하얼빈에서 자리를 잡고 살았다. 하얼빈에서는 러시아 학교를 다녔으며 12살이 되던 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왔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은 집단농장을 만들어서 중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벼농사를 시작해 성과를 거뒀다.
1946년 고려인 집단농장에서 출생
중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벼농사 성과
15살부터 막노동을 하면서 먹고 살았다. 돈을 벌며 공부를 병행했는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녔다. 이후 타슈켄트 공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다가 군에 입대했는데 군 복무 중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결국 기자로 일하게 됐다. 타슈켄트 종합대의 언론학부에 들어가 고려인 1호로 졸업을 하고, 러시아어 신문사와 고려인 신문사에서 일을 했다.
공훈기자는 국가가 주는 언론인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으며, 구소련 당시 공화국 청년신문사 편집국장까지 역임하면서 받게 된 칭호다.
타슈겐트 공대에서 건축학 전공
군 복무 중 글을 쓰기 시작해 기자생활
국가로부터 공훈기자 칭호까지 받아
<김가네> 소설은 1997년부터 준비해온 5부작 역사소설이다.
1910년부터 1936년까지가 1권이고, 1937년부터 1945년까지가 2권인 장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대한제국 시기 고종의 호위무사였던 김철의 첫째 아들 김강철이 러시아로 이주하여 겪는 이야기로 고려인 1세대인 그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일제강점기와 제정 러시아 말기, 시베리아 내전, 소련의 탄생 속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하며 유라시아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대하 역사소설이다. 주인공 김강철은 일제강점기부터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다양한 접경 공간 속에서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며 중앙아시아 한인 디아스포라로서 독특한 역사의식과 정체성의 형성과정을 겪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가네 소설>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중앙아시아 한인들이 겪은 격동의 시대 삶을 담은 역사소설
고려인만의 역사가 결국 우리나라의 역사가 되고, 그 역사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러일전쟁에 참여했던 고려인 포로들은 아리랑을 불렀고, 그 노래는 고려인인 우리에게 아직도 남아 있다. 지금 많은 사람이 말은 잊었지만 풍습을 버리지 않고,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고려인의 신문인 고려일보가 100년이 되었고, 고려 극장은 95년이 되었다는 것이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의 강제이주가 과하게 부풀려있다고 말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고국을 버리고 우즈베키스탄에 간 고려인들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에 그 시절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답을 하고자 했다.
고려인들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고려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될 것이며 이 책이 그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윤은자 기자 yej3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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