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없다는 소유자의 각서가 있어도 선순위 임차인의 배당요구 시에는 소용없다.
R대리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항변의 설명을 하였다.
“그럴 리가요? 그때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고 임차인이 아니라는 각서까지 받았었는데요.”
“R대리가 조사하고 근저당권설정을 하는 사이에 주민등록을 옮겼어. 경매법원에서는 일단 임차인에게 배당하고, 이의 있는 사람은 배당이의를 하라고 해서, 배당이의하고 소송 중에 있어. 그래서 그때 담당했던 자네가 소송수행자로 법원에 나가야 하니 준비를 하게”
결국, R대리가 조사를 잘못했으니 책임지라는 얘기였다.
이 또한 채무자의 시간차 공격에 대한 얘기인데, 이의 방어를 위해 ‘임차인이 아니다’라는 각서를 대출 당시에 은행직원에게 써주었다 해서 그것으로 배당요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건과 유사한 사안의 판례는 2건이 보이는 데 그 하나는,
「은행직원이 근저당권 실행의 경매절차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이 행한 담보 건물에 대한 임대차조사에서 임차인이 그 임차 사실을 숨겼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경매절차에서 임대차 관계가 분명히 된 이상은 은행이 경매가격을 결정하면서 신뢰를 준 것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이 일시 임대차 관계를 숨긴 사실만을 가지고서 은행의 건물명도 청구에 대하여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소정의 임차권의 대항력을 근거로 하여서 하는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갑이 을의 소유건물을 보증금 3,400만 원에 채권적 전세를 얻어 입주해 있던 중, 을이 은행에 위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을의 부탁으로 은행직원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보증금을 지급한 바가 없다고 하고 그와 같은 내용의 각서까지 작성해 줌으로써 은행이 위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높게 평가하도록 하여 을에게 대출하도록 하였고, 은행 또한 위 건물에 대한 경매절차가 끝날 때까지도 을과 갑 사이의 위와 같은 채권적 전세 관계를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면 갑이 은행의 명도청구에 즈음하여 이를 번복하면서 위 전세금반환을 내세워 그 명도를 거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반언이나 신의칙에 위반된다. (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다카1708판결)」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은행직원에게 임대차 사실을 숨겼다고 하더라도 경매절차에서 권리신고 또는 배당요구 등 임대차 관계가 분명하게 된 이상, 임대차 관계를 숨겼다는 사실만으로 는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경매절차가 끝날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분명하지 않으면(권리신고 또는 배당요구 등이 없는 경우)에는 금반언이나 신의칙에 위반되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로서 위와 같은 각서만 믿고 임대차가 없다고 믿어 대출할 경우 나중에 법원경매절차에서 임차인이 배당요구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배당요구를 하면 임대차 관계가 분명히 되어 채권자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게 된다.
각서로는 시간차 공격을 막을 수 없고 오로지 근저당권설정 당시 주민등록의 여부로 임차인 존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법원경매 비망록(備忘錄)」은 이번 호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다음 회부터는 「김세영법무사의 필수 생활법률 이야기 “世榮하십니까?」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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