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돈을 빌릴 때 자기 집을 담보를 제공한 사람의 최후
김세영 법무사(한국임대차보호법연구홍보원 원장)
집을 담보 잡힌다고 당장 이용에 어떠한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담보 잡힌다고 해봤자 등기부상 을구에 근저당권 등기를 하나 기재하는 것밖에는 없다. 이게 잘되어 빚을 갚고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한다면 소유자에게 아무런 손해도 끼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근저당이 설정되었다 말소된 흔적이 있다고 해서 집값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헌 집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빚을 제때 갚지 못하여 급기야 물상보증으로 제공한 집이 법원에서 경매에 붙게 되면 그 폐해가 결정적이라는데 있다.
부모다, 자식이다, 사위다, 친척이다, 친구다, 선후배다, 직장동료다, 사업상 동업자다, 모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될 반려자들이다.
그중 더 특별한 관계로 가까이 밀착된 어느 누가 간곡히 성공을 확신하고, 위험성이 없음을 나름 입증하며, 물상보증을 부탁할 때, 과연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설혹 위험성을 인지하였다 하더라도 차마 거절하지 못할 입장인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필자도 막상 일이 터져서 물상보증인들이 애통해하는 모습을 목격하였지만, 감히 ‘보증을 절대로 서지 말라’고 단호히 주장하지는 못한다.
일이 꼬이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일이 잘 풀리면 상호 간에 보증을 서준다는 것만큼 좋은 일 또한 드물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증서는 데에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라면 여유 있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예를 들어 소유 부동산이 여럿일 경우)
오로지 하나뿐인 가족이 생활하는 주택의 경우,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물상보증으로 남의 빚을 내는 데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함이 옳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이렇게 보증 회피방법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보증을 서달라고 하면 현재 지갑에 있는 현금만을 빌려주고 만다.”
이 말은 돈을 빌려줄 경우 손해를 봐도 그 돈만큼 밖에 손해를 보지 않을뿐더러, 남에게서 빌려서 빌려주지 않는 이상 즉시 빌려줄 수 있는 돈은 대부분 소액에 불과하기 때문이리라.
요즘에는 종전에 주종을 이루었던 신원보증·재정보증 등은 보험회사 상품들이 많으므로 줄어든 편이라고 한다.
금융상품에도 많은 신용상품이 등장한 요즈음 물상보증인을 찾아 나서는 채무자가 드물기는 하겠지만, 주위에 물상보증을 부탁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갈등에 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증 여부는 서로 간의 인간관계와 상호신뢰감 등이 주 변수가 되는 것이지, 일반적인 이론이 적용될 사항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경매될 때 가장 난감해하고, 애통해하는 사람들이 물상보증인들인 것을 보면서 남이 빚내는 데에 소중한 주거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더욱 서로 배려하는 신뢰에 기초한 사회가 구축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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