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그러면 과거 농촌 계몽을 하기위해 서울의 대학생들이 농촌에 나가 시골의 어르신, 배움을 잊지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근대소설인 상록수 등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에서의 야학은 의미를 달리한다. 한국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바쁘고 강팍한 삶으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조금 더 현재를 이해하고 과거 배우지 못한 회한을 날려 버리기 위해 모여 들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 빗물배수 펌프장 지하에는 이러한 분들이 모여 향학열을 불태우는 곳이 있다. ‘나눔 야간학교’가 그곳이다. 공릉동, 월계동 일대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의 졸업장을 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곳이다. 또한 이곳에서 가정 형편상 사교육에서 밀려난 초․중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실시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전액 무료로 진행된다. 현재 마련되고 있는 교과 과정은 △다문화가정반 △한글기초반 △고입․대입 검정고시반 등이 있다. 학생의 거의가 50~60대이며 지난해 고․대입 검정시험에 28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교사들은 광운대 대학생들의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전․현직 교사,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대학원생 등 1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역시 차비도 자신이 부담하는 순수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5일 찾아간 나눔야학에는 방학을 맞은 성인반을 대신하여 예비 중학생들과 국비유학생 해외 취업생들을 위한 강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영민(광운대 4)씨는 학교 도서관에 붙어있는 ‘어려운 가정 아이들 무료 선행학습’ 이라는 광고를 보고 선뜻 지원했다고 한다. 예비중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씨는 “내가 아이들한테 봉사 하듯이 이 다음에 커서 지금 배운 것같이 대물림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편 나눔 야간학교는 학업의 꿈을 저버린 사람들을 위해 2009년 9월 21일 개교했다. 현재 교장을 맡고 있는 장추문씨(서울 아이티고교 교사)가 개교를 위해 임대료와 시설비에 사비를 털었다. 장 교장은 1995년부터 청소년연맹 단체 활동을 하다보니 수련회 등에 돈이 없어서 못가는 학생이 많았다고 한다. 이것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문제이고, 학원과 연계해 학원비 할인을 해주더라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넓혀 주기위해 야학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원구 생활 체육회 이사를 하면서 생활체육회가 사용하고 있는 공릉동 빗물펌프장 지하가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계약을 했다. 야학을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것이 금전적인 문제라고 했다. 냉난방비, 전기세, 전화요금, 기타 부수 비용과 교재 등을 사비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교장은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교사들의 차비라도 지원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장 교장은 운영위가 구성되면 나눔 야학과 함께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초․중․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온동네의 불이 들어오는 시간 어려운 환경속에서 향학열을 불태우는 나눔 야학의 학생들은 어느 학교, 학원보다 눈이 살아 있음에 아름다운 미래를 예약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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