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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이라는 사람이 있다.
굳이 '사람'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스스로 철학을 직업으로 갖는 것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
나는 또한 대학에서 '교수'라는 말을 쓰지 말고 굳이 호칭을 쓰려면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시던 분의 말도 생각난다. 그 둘은 결국 단어나 말로 규정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도 될 것인데, 굳이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그 단어의 의미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칭 따위에는 초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국어 먼저?
비트겐슈타인이 영국에서 논리학을 공부할 때의 일화가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했으나, 영어를 그만큼 유창하게 쓰지는 못했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영어 구사력이 떨어져 정교한 표현이 잘 안 되는 것에 절망하였으나, 그의 천재성이 발휘되기 위해 언어라는 장벽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사고의 수준이 언어의 틀을 넘어 섰으며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는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모국어인 독일어로 '논리-철학 논고'를 집필하였고, 18세의 옥스포드 학생에 의해 영어로 번역 되었다. 이후 비트겐슈타인이 번역본을 직접 확인한 후 출판 되었는데, 결국 그는 현대 논리학의 아버지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다.
이 일화는 사고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유창한 외국어 구사 능력보다 중요함을 드러내 준다. 영어 구사 능력과 자신의 사고를 표현하는 것 사이에는 큰 상관 관계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사고하는 력보다 먼저 음운이나 단어 단위로 외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므로, 표현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나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체계 없이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이다.
단순히 한 단어의 발음이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인터넷이 연결 된 상황에서 클릭 한 두 번에 보완될 수 있다. 심지어 모국어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데, 그 소통할 시간을 단어 외우기나 발음 외우기에 소비하는 것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모국어는 개인이 생활전반에 가장 많이 듣고 쓰는 언어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한국어로 사고하는 능력만을 배양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 것은 확실히 하고 넘어 간다.
텍스트를 이해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어떤 도구로 '사고'하는가가 중요하며, 자신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들을 수 있는 언어가 최고의 도구가 될 것이다. 외국어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어라는 도구를 갖게 되었을 때, 표현할 제대로 된 생각을 배양하는 것이다.
가리온과 소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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