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발생한 화재로 3명의 사망자를 포함,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도봉구 쌍문동의 한양7차 아파트 사고 이후, 피해를 입은 이웃들의 선한 마음이 주위를 뭉클하게 해 화제다.
지난 사고 이후 20 가구의 피해세대가 모여 만든 화재복구를 위한 ‘화재피해가구 대책위원회’의 조병기 위원장은 피해세대 전부가 가해세대에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20가구는 소방서의 출동으로 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생긴 창문이 깨진 경미한 피해를 입은 가구를 모두 포함한 것이고, 집에서 거주를 할 수 없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가구는 7가구다. 이 7가구는 전소가 되기도 하고, 집안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침수 피해를 입은 듯 가전가구가 모두 젖었을 뿐 아니라 그을음과 천장에 생긴 곰팡이 등으로 거주가 불가능해 겨울이 오기 전 하루바삐 복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거주를 할 수 없는 7가구의 경우 처음에는 경로당에 임시거처를 마련해 이용하다가, 모텔, 친척집 등을 전전했으나 복구시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인근의 아파트로 2~3개월 월세로 임시 거처를 구한 상태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고 조병기 위원장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유관기관에서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고 재해가 아니며, 재해가 아니라서 지원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고, 심지어 119를 타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병원비도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퇴원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집은 불에 타버렸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심지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봐주는 사람도 없었다.
공공주택에서 가입해 놓은 보험도 형식적이라 그 보험금으로는 피해복구가 턱도 없는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려 주민들이 힘을 모아보자고 해서 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때 처음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고 한다. 손해배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무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조병기 위원장은 “주민들이 참 선량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그 집은 가장이 돌아가셔서 생활의 방편을 잃었는데 어떻게 청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문을 틔웠고, 그 결과 모든 가구가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과정을 설명한다.
그 이후 대책위에서 자체적으로 복구 방안을 강구하기로 하고 열심히 발로 뛰기 시작했다.
이동진 구청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구청으로부터 월세 일부를 지원받고, 건물 안전진단과 폐기물 처리 등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또, 보험사에도 피해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최대한 손해가 적은 방향으로 처리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의 따스한 손길이 전달됐다. 삼익아파트 앞의 우신부동산과 한양아파트 앞의 서울부동산에서 월세를 구하는 피해가구에 중개수수료를 감액하거나 무료로 소개를 해줬고, 임대인의 경우도 어려운 상황을 알고 보증금을 받기 않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창동 염광교회와 희락교회, 높은 뜻 정의교회에서도 성금을 보내주셨고, 언론매체 등에서도 훈훈한 소식을 알려 도움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조병기 대표는 “복구를 하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도움을 주신 이웃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을 가져주신 이웃의 사랑에 감사하다. 가장 먼저 찾아와 도움을 주시기 위해 노력해주신 이동진 구청장과 김선동의원에게도 감사하다”며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