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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우리가 모국어로 매 순간 사용하는 언어이다.
그런데 "왜?" 모국어를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일까? 이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데.
정말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까.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과 말과 글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진정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언젠가 여행 중 만났던 네팔 친구는 아내에게 선물할 유명 브랜드 신발을 사기 위해 세 달의 임금을 모았다고 했고, 이탈리아 청년은 한 달 동안 용돈을 모아 여행도 하고, 애인도 사귀고 겨울 내내 입을 옷도 사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한국 여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과 함께)
둘 다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었다. 문제는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에 있을 것인데, 네팔 청년과는 하루의 절반을 함께 걸으며 그의 사고방식과 살아온 대강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멀리 떨어져 지내는 아내를 위해 임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운동화를 사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청년과 잠시 나눈 대화로는 왜 옷을, 그것도 부피가 큰 겨울옷을 외국에서 사려 하는지, 한국 여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을 나에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단지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게다가 여행 동안 사귈 애인이 여행의 목적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앞과 같은 경우에는 대화 상대가 타문화권의 사람들이므로 내 기준만으로는 이해가 힘든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깔고 대화를 하게 된다. 즉,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한국인과의 대화는 어떨까. 보통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의 말과 생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이 당연한데도 말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의 기억을 기준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공유되지 않은 문화적 배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유되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공유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당연히 같아야 한다는 착각. 거기에서 의사소통의 문제는 시작 된다.
이제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일반적으로 우리가 읽는 텍스트는 원문이 아니라 번역본이 될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이질적 문화에서 창작된 것이지만 직관적으로는 우리의 말로 표현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앞의 외국인과의 대화 상황처럼 그 사고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적게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글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전에 쓴 글들을 통해 말했듯, 내가 정의하는 '독서'는 단지 '글자로 된 책'을 읽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말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든 것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서 말한 외국인들과의 대화 역시 독서의 영역에 들어간다.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상대방의 맥락을 이해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삶과 거리가 있는 텍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고려하여 대화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진정한 의사 소통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타인의 말과 글을 자신의 삶 속에서만 해석해 낸다는 것은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편협한 사고를 더욱 강화하는 독서 방식일 뿐이다.
'국어'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학생들(모든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학생이다.)은 무인도에서 살지 않는 이상 앞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진행된 학문적, 개인적 성과물을 접해야 한다.
인류 공통의 어법인 '논리'를 사용하는 과학적 서술은 물론이고, 개인적 어법을 사용하는 문학 작품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저작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한 사람이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이해 기반의 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발전적인 연구나 일을 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어'라고 불리는 과목은 사실 '언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방대한 지식을 가졌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또한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의사 소통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개인적 어법으로 창작되는 개성적인 글. 즉, 문학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을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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