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운동신경이 좋아 보인다며 담임선생님이 권해 준 것이 배드민턴 선수로서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다. 조금 늦게 학교에 들어갔기에 15살에 시작, 재미있었다기 보다는 힘들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지만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기에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그래서 딱히 즐거웠던 기억이나 에피소드가 있냐는 말에 별말을 하지 못하는 유은경 선수.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한 시간들만이 있었다. 처음 나갔던 세계대회는 중학교 1학년 때라 선수로 뽑혔다는 것만해도 실감이 나지 않아, 주변을 살펴 볼 여유가 없었고, 2001년과 2005년 대회때는 계속 단체로만 나가서 우승을 해서 그닥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담담한 듯, 그저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만 온, 성실한 사람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싶다.
2009년 대회에서 처음, 단식으로 나가서 우승을 해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복식은 호흡을 맞추고 연습을 하면서 조율해야 할 것이 많아 어려운 면이 있어, 유은경 선수는 개인적으로 단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복식을 할 때에는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툰 적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나 농아인 올림픽 대회는 혼합복식, 여자복식, 단식, 단체의 4개 종목에 모두 나간다고 한다. 한 종목만 나가서 떨어질 경우 경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유은경 선수는 3연패에 달하는 대기록을 달성한 만큼 매달 연금을 받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우 부러울 수밖에 없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연금얘기에 이어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유은경 선수는 운동자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운동은 모두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고, 운동 종목은 거의 모두 좋아한다. 그래서 25개구의 농아인 체육대회때에는 항상 노원구의 에이스로 출전한다.
유은경 선수는 태어나면서부터 농아는 아니었다고 한다. 4살 때 열병을 앓고나서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4살 정도면 선천적 농아로 분류된다고는 한다. 수화를 배우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었더니 바로 위의 언니도 열병 후에 농아가 돼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모습이 지금의 유선수를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농아인 친구들의 사회진출을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회서 조립 공정에 참여하는 등 공장에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며, 단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재능을 살려 운동을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주변에서도 많이 칭찬해주고 격려해 준다고 한다. 재능을 발견하고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그렇게 받은 재능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유은경 선수는 1주일에 2번 서울농아학교에서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방과후 학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나눌 줄 아는 멋진 선수다.
주변의 농아인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본인이 재능을 살린 것처럼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재능을 찾고, 움직이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의외였다.
그것을 후배들에게 몇 번 권했는데 힘들거나 재능이 없거나 해서 계속할 수 없는 경우를 지속적으로 봤었기때문이라고 한다.
유은경 선수는 창동에 있는 배드민턴 연습장에서 매일 3시간 이상 개인 훈련을 한다. 국가대표로 뽑혔을 경우에는 소집되서 하루에 6-7시간 연습을 한다.
농아인 배드민턴 선수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5-6명밖에 없어 걱정이 많다. 남자선수의 경우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률도 높은 편이지만 여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앞으로를 생각하면 후배들이 더 많이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 올림픽이 있다. 이 대회에 참가해 다시 우승하는 것이 지금 유은경 선수에게는 가장 큰 목표다. 이후 5년 후 대회에도 참가해서 5연패를 달성하는 것이 선수로서의 최종 목표이며, 지금 31살인 것을 감안하면 그 이후엔 선수생활이 어렵지 않냐는 말에 외국의 경우 4-50대도 선수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며 그렇게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평소엔 친구도 만나고, 어머니도 도우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는 유은경 선수. 선수 생활이 끝난 이후에는 농아학교에서 아이들 체육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유은경 선수의 5연패의 꿈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꿈 모두가 이루어지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겠다. 밝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데 시합이 시작됐을 때는 눈빛이 달라진다고 한다. 유은경 선수의 경기모습이 궁금하다.
경력
2001년 로마농아인올림픽 대회 (혼합단체 1위)
2005년 멜버른 농아인올림픽 대회 (혼합단체 1위)
2009년 타이페이 농아인 올림픽 대회 (혼합단체 1위, 여자단식 1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