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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얄미운 내 동생이 있다. 내 동생은 남자이고, 나보다 2살 어리고, 나보다 날씬하다. 내 동생도 얄미울 때가 참 많다. 12가지 색깔의 얄미움이다. 내 동생은 자기 말대로 해주지 않으면,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까분다. 초록색 얄미움이다. 초록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침팬지 같다. 때려주고 싶다. 내 동생은 숙제할 때 놀아달라고 조른다. 함께 놀아줄 때까지 숙제를 방해한다. 보라색 얄미움이다. 더위에 녹아버린 포도맛 사탕 같다. 끈적끈적한 사탕을 물로 씻어내고 싶다. 내 동생은 내가 때리면 엄마에게 달려가 이른다. 누런색 얄미움이다. 누런 똥색의 얄미운 여우같다. 여우 입에 자물쇠를 채워주고 싶다. 내 동생은 장난감을 잠깐 빌려 쓰면 나를 마구 때린다. 빨간색 얄미움이다. 활활 타오르는 야생 고양이 같다. 날카로운 발톱을 모두 뽑아 얌전한 애완 고양이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12가지 색깔이 모두 얄밉지는 않다. 그 중에 가장 좋은 색은 흰색이다. 내 동생은 먼저 잘못을 사과할 때, 내 말을 잘 들을 때, 함께 재미있게 놀 때,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귀여운 토끼 같다. 눈처럼 하얗고 구름처럼 푹신푹신한 흰털을 가진 토끼처럼 정말 귀엽다. 나는 토끼가 제일 좋다. 그러나 귀여운 흰색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언제 어떤 색깔로 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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