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써 ‘장애인’과 ‘장애우’가 혼용되어 많은 사람들이 어떤 용어로 표현하여야 할지를 몰라 혼동하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들도 잘못된 용어표현을 사용함으로 인하여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며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고취"할 목적으로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고 4월 20일에 처음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를 개최한 이후 해마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오랜 논란을 거듭한 끝에 장애자에서 장애인으로 공식적으로 바뀐 것은 1989년 12월 30일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부터였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을 표현하는 적절한 용어가 없어서 통상 병신 아니면 불구자였으며, 신체장애의 외형적 모습을 따라서 장님, 벙어리, 절름발이, 꼽추 등 극히 인격비하적인 용어사용을 남발함으로써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 가해져왔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장애인에 대한 무질서한 용어 표현으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온 장애인당사자들의 주장으로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법적 표준어로 채택되어 익숙한 표현으로 정착되어가던 중에 언제부턴가 ‘장애우’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호칭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장애인’보다 ‘장애우’가 훨씬 더 친근감이 생겨서 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장애우’는 분명히 잘못된 호칭이다.
‘장애인’을 ‘장애우’로 혼용하면 안되는 이유들 중 한 가지는 장애인(障碍人)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고, 장애우(障碍友)는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장애우’는 자신의 친구에만 국한해서 칭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장애를 지닌 사람 누구에게나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서 20대 젊은이가 50~60대 되는 장애인에게 장애우라고 칭한다면 과연 적절한 표현이겠는지는 말하나 마나일 것이다.
둘째, ‘장애인’은 언제 어디서나 쌍방에 사용될 수 있는 통칭이지만 ‘장애우’는 상대방을 칭할 때만 사용가능한 일방적 호칭이다. 즉 장애를 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나는 장애우이다’라고 지칭할 수 없으므로 ‘장애인’을 대신하여 ‘장애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셋째, ‘장애우’는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친구로 격상시켜주며 인심을 쓰는 듯한 표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인종이 다른 것도 아니며 인격이 다른 것도 아니다. 단지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일 뿐이다. 굳이 ‘친구’라는 의미를 덧붙일 필요가 없으며 이는 오히려 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비주체적으로 만드는 바람직하지 못한 용어이다.
우리사회는 아직 복지선진국들에 비하여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복지행정 전반에 걸쳐 지원체계가 확고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온갖 언어적 폭력과 사회의 차별이 극심했던 예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이 급격히 변화되었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행복한 복지국가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장애인이 시혜의 대상만이 아닌 당당한 인격체로서 장애인의 사회성, 주체성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국가도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목표와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고심하고 있는 이때에 ‘장애우’라는 부적절한 용어사용으로 사회 인식을 혼란시키고 국민의식수준을 낙후시키지 않도록 ‘장애인’이라는 용어로 명확하게 통일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