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별다른 의식 없이 시간이 균일하게 흐른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문명리학의 눈을 빌어 바라보면, 시간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흐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불의와 정의의 순간에서 이러한 시간의 속도는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불의의 시간, 빠르게 흐르는 모래시계
불의의 순간, 시간은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우리는 그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하지만, 그럴수록 더 빨리 달아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우리의 마음이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의를 목격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바랄수록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불의의 순간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분노, 두려움, 무력감-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을 가속화시킨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은 고조되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감을 느낀다.
정의의 시간, 천천히 흐르는 강물
반면에 정의의 순간은 어떨까? 정의가 실현되는 그 순간, 시간은 마치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이 느리게 흘러간다. 우리는 그 순간을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어 한다.
정의의 순간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안도감, 만족감, 희열-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이 늦게 흐르는 듯 느끼게 한다.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지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하지만 여기에도 시간의 역설이 있다. 정의를 기다리는 시간은 때로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마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작 정의가 실현되는 그 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리곤 한다.
시간의 상대성, 그 아이러니
인문명리학은 이러한 시간의 상대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음양의 원리에 따르면, 모든 것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불의와 정의, 빠름과 느림, 이 모든 것들이 서로를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이러한 대비 속에서 의미를 찾아간다. 불의의 순간이 없다면, 정의의 의미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없다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소중함을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시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이제 우리는 시간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불의의 순간에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낄 때, 그것은 우리가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반영일 수 있다. 반대로 정의의 순간에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느낄 때, 그것은 우리가 그 순간을 오래 간직하길 원하는 마음의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과연 불의의 순간에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 순간을 천천히 인식하고 경험하면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을까? 마찬가지로, 정의의 순간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이 항상 좋을까? 아니면 그 기뿜을 빠르게 경험하고 다음 과제로 나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까?
시간의 리듬을 따라서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일지도 모른다. 불의의 순간에는 그 경험을 충분히 받아들이되, 그것에 압도되지 않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정의의 순간에는 그 기쁨을 만끽하되, 거기에 안주하지 않는 깨어있음이 필요하다.
인문명리학은 우리에게 이러한 균형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 음과 양, 빠름과 느림, 불의와 정의, 이 모든 것들이 서로를 보완해가며 우리 삶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찾아가야만 한다.
시간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흐른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불의의 순간에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 순간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정의의 순간에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 기쁨을 나누고 확산시키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
결국, 시간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불의와 정의, 빠름과 느림,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리듬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리듬에 맞춰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천천히! 흐르는 강물처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