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나 주술사, 점술가, 역술가, 도사 등의 인물은 역사와 함께 긍정이든, 부정이든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만큼 그들의 존재가 미디어에 회자되며 세상에 가십거리가 된 경우도 흔치않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할수록 우리는 선지자나 예언자에게 의지하는 속성이 발현된다. 그런 사람을 세속적으로 속칭 도사라 일반화시키기도 한다.
동양에서 칭하는 도사는 도를 닦는 사람이고, 도인은 도를 깨달은 사람이다. 때문에 우리는 도사가 아닌 도인을 찾아야 한다.
도(道)란 우주의 근본 원리이자, 진리 또는 깨달음이나 완성에 이르는 길을 의미한다. 그래서 선악과 참과 거짓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2024년을 보내며 더욱 도인의 존재를 갈망할 수밖에 없다.
갑진년 2024년을 보내며 우리는 묻는다. 이 시대, 이 땅에 필요한 도인은 누구인가?
정치는 극단으로 치달아가고, 경제는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사회는 복고적인 이념 갈등에 허우적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세상을 바로잡아 줄 도인은 어떤 모습일까?
첫째, 현시대의 도인은 ‘중용(中庸)’의 대가여야 한다. 공자가 말씀하신 “중용이란 치우치지 않고 기울지 않으며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것”이라는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더없이 필요한 덕목이다.
현대의 도인은 극단적 대립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엄격하면 따르는 이가 없다(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라는 말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의 황금비율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현시대 도인의 역할이어야 한다.
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아이콘이어야 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은 얼마나 쉬운 말인가. 하지만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현실에서는 또한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현시대의 도인은 마치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듯,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다. 거대한 사회 통합도 이런 작은 이해와 공감의 발걸음으로부터 비롯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도인을 찾게 된다.
셋째,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실천자여야 한다.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이 고전적 개념을, 현시대의 도인은 첨단 기술과 인문학적 통착력으로 재해석하는 자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등 산적한 현안들 앞에서, 도인은 마치 바둑의 최고수처럼 전체 판세를 읽고 최적의 한 수를 두어야 한다.
“십 년을 내다보려면 나무를 심고, 백 년을 내다보려면 인재를 키워라(十年樹木 百年樹人)”라는 말씀은 이 시대 도인이 가져야 할 장기적 안목을 잘 나타내고 있다.
넷째,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예술가여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도모하는 것,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능력이라 하겠다. 각기 다른 악기들이 제 소리를 내면서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듯, 현시대의 도인은 다양성 속에서 통일성을 이끌어내는 예술가적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
넬슨 만델라는 말했다. “증오는 증오로써 해소될 수 없다. 오직 사랑으로만 해소될 수 있다” 갈등 속에서 사랑을 찾는 지혜를 일깨워주는, 화이부동을 증명해내는 현시대의 도인을 찾아야 한다.
다섯째,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연금술사이어야 한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아간다는 이 말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아는 것을 넘어선다.
현시대의 도인은 과거의 지혜를 현재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더불어 미래의 비전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연금술사여야만 하는 것이다.
맹자는 “고당(古當)을 혁신(革新)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했다. 이는 과거의 좋은 점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현시대 도인이라면 보여야할 자세이다.
마지막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실천가여야 한다. 개인의 수양에서 시작해 가정, 국가, 세계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는 단계적 접근법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 시대의 도인은 자신의 내면부터 다스리되, 그 시선은 항상 세계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산에 오르지만, 산은 모든 이를 위해 그 자리에 있다”는 말처럼, 현시대의 도인이라면 개인의 성취를 넘어 모두를 위한 봉사와 헌신의 자세가 자연스레 드러나야 한다.
2024년을 보내며, 우리는 또 나는 이러한 현시대적 도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중용의 미덕, 역지사지의 공감 능력, 경세제민의 실천력, 화이부동의 포용력, 온고지신의 지혜,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리더십을 갖춘 도인이야말로 현시대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도인이지 않겠는가!
세상 사람들에게 묻는다
“진짜 도인은 어디에 있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