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경매로 매각 시 경매신청채권자의 경매신청 취하로 기사회생(起死回生)
김세영 법무사 ▶한국임대차보호법 ▶연구홍보원 원장
노신사는 P씨에게 우호적인 어투로 얘기하며 지쳐있는 P씨를 다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P씨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사람에게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노신사는 P씨에게 담배를 건네면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사실 나는 이쪽 경매에 대해선 잘 모르고 모회사에 채권관리담당으로 정년퇴직 한 사람이오. 업무관계로 법률지식은 좀 있는 편이요. 작은 아들놈이 내년에 장가를 드는 데 집 하나 마련해줄려고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경매공고를 보고 댁의 집을 선택한 거요.”
“아, 예. 그러세요. 어떻게 좀 살길을 터주세요.”
내가 당신 살길을 터 줄 방도는 없고, 길은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방법은 2가지 가 있소이다. 하나는 근저당권을 말소해서 이의신청을 하면 경매가 취소·기각되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러니 지금 경매 넣는 근저당권자를 찾아가서 근저당권을 말소해달라고 해보시오. 두 번째는 근저당은 놔두더라도 채권자가 경매신청만을 취하해주는 거요“
“신용금고인데 말을 들어줄까요?”
“글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하여튼 거길 한번 찾아가서 방도를 찾아보도록 해요. 내가 이런 것까지 애기해줄 필요는 없지만, 나도 자식 장가를 드릴려구 하는 데 당신 눈에 눈물 나는 모습 보면서 그 집에 들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다만, 당신이 정 해결을 못하면 그 땐 할 수 없는 것 아니요. 누가 사든지 사는 건데.”
그 노신사는 몇 마디 더 세상사는 얘기를 하고는 찻값 까지 내고 일어섰다. 헤어지면서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를 일러주었다.
P씨는 직장에는 아예 출근 못하겠다고 전화를 하고, P씨의 집을 근저당 잡은 모금고로 향했다.
P씨는 관리부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글쎄 저희로서야 연체가 되니 경매를 붙이지 않을 수가 있어야지요. 채무자 그 양반 처음 한동안은 또박또박 이자도 잘 내고 했는데~. 채무를 갚지 않은 이상 길이 없겠습니다.”
관리부장은 친절한 목소리와 태도로 애기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서슬이 퍼렇게 냉냉 하였다.
P씨의 초점 잃은 눈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소리 없이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금고의 관리부장은 민망스러웠다. 마치 자기가 P씨의 집을 빼앗는 것 같은 죄책감마저 들었다. 한참 동안 P씨는 넋을 잃은 사람처럼 소파에 앉아있었고, 관리부장은 담배를 연거푸 2개째 피워 물었다.
“P선생님, 이건 될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연체이자 중 1년 치 정도와 경매신청시 들어간 비용을 마련하실 수 있다면, 위에 경매취하신청을 한번 상신해 볼 수는 있습니다.”
P씨는 정신이 퍼뜩 들어왔다.
“예, 그러지요. 빚을 내서라도 그건 마련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 아파트가 경매에서 팔렸기 때문에 저희 채권자 쪽이 경매취하를 하더라도 낙찰자가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아까 법원에서 그 사람을 만났는데 여기 가서 근저당을 말소나 경매취하를 해줄 것을 사정해보라고 알려주기까지 했으니 동의해 줄 겁니다.”
P씨는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낙찰자의 우호적 태도를 설명하며 동의를 받아낼 자신이 있다고 관리부장에게 말했다.
관리부장은 씁쓰레 웃으면서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글쎄 그렇게 해준다면야 모두에게 좋지요.”
P씨는 이튿날 회사동료들과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1년 치 이자와 경매비용을 금고에 채무자 대신 입금하였다.
관리부장은 약속대로 경매신청취하 상신을 했고, 위에서는 취하승인이 떨어졌다.
“P선생님 차례입니다. 낙찰자의 동의서를 받아오시지요. 여기 이 서면에 낙찰자 인감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받아오시면 됩니다.”
관리부장의 전화를 받고 달려간 P씨에게 관리부장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취하동의서 양식을 주면서 일러주었다.
P씨는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면서 금고문을 나섰다. P씨는 공중전화로 가서 낙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거기 법원에서 집을 사신 분 있지요?”
“아, 나요. 웬일이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신호가 울리자말자 예의 낙찰자인 노신사가 전화를 받았고, 대뜸 목소리로 P씨인 줄 알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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