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경매로 매각 시 경매신청채권자의 근저당권 말소로 기사회생(起死回生)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신청으로 부동산이 법원경매에서 매각되어 낙찰허가 결정이 나더라도 소유권이 넘어가는 대금납부기일까지는 2～4주 정도(법원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음)의 시간적 여유가 있게 된다.
대금납부 전에 당해 경매신청을 하게 된 원인인 채권을 변제하고 그 근저당권을 말소하여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그 경매절차는 취소되고 낙찰허가 결정은 기각되게 된다.
따라서, 낙찰대금 납부 전까지가 채무자(소유자)로서는 자신의 부동산을 지킬 마지막 기회가 되는 것이다.
시일이 늦어서 이 최후의 황금다리가 걷히게 되면 이제는 그 경매절차에서는 기회가 없게 된다.
(단, 근저당권 자체가 처음부터 무효여서 그 무효를 다투는 경우는 제외)
< 사례 이야기>
P씨는 다리가 풀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시야는 하얘졌다 까매졌다하여 사물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법원경매 법정에서 간신히 걸어 나와 화단 경계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혹시 팔리지 않을까 하여 경매법정에 나와 봤는데 역시 염려대로 팔리고 말았다.
P씨가 20여 년간의 직장생활에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마련한 32평형 아파트인 데 친구의 빚보증을 섰다가 오늘 그 집이 경매되고 말았다.
경매가 들어왔을 때부터 친구는 ‘내일이면 돈이 된다’, ‘모레면 돈이 된다’고 하면서 P씨를 안심시켜 왔다. 이제 막상 집이 팔려버렸는데에도 얼굴도 비치지 않고 행방불명이 되었다. 하던 사업장은 난장판이 되었고 집에도 연락이 없다.
친구는 사업이 꽤 잘 되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 지금 사는 집도 월세인데 몇 달째 차임이 밀려있다고 했다. 돈을 빼돌린 것인지 진짜 망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간, 쓸개라도 빼줄 듯이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면서 P씨의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외식이다, 선물이다,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며 형제처럼 지냈었다.
P씨도 늘 아내에게 ‘그 친구 같은 친구는 없다. 인간성을 봐라. 얼마나 다정다감하냐’며 은근히 자기 자랑삼아 친구를 칭찬하곤 했었다.
도저히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냐, 이건 생시가 아니고 꿈일 거야.’ 부질없는 망상이 다 들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제정신을 차리고자 했다.
그러나 집이 경매된 것은 분명히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다. 경매정보지를 들고 삼삼오오 법원 문을 빠져나가는 저 사람들의 무리가 보이는 데 꿈일 리가 있는가.
“살려주세요!”
P씨는 벌떡 일어나서 지나가는 중년신사를 붙들고 외쳤다. 깜짝 놀란 신사는 몇 걸음 뒷걸음질을 쳤다.
“누구시죠? 뭘 살려줍니까?”
“아까 아파트 사셨죠? 제집입니다. 20년 만에 산 집이에요. 난 돈 쓴 일도 없어요. 보증을 서 준거밖에는 없어요.”
“아, 사람을 잘못 보셨군요. 난 경매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 아까 법정에서~. 죄송합니다. 잘못 봤습니다.”
P씨는 한참을 더 잔디밭 경계석에 앉아 있다가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법원 정문을 막 나서는데 웬 사람이 뒤에서 불렀다.
“여보세요! 잠깐 봅시다.”
P씨가 멈춰 서서 뒤돌아보니 60세 정도의 말쑥한 신사가 손짓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왜 그러시지요?” P씨가 힘없이 물었다.
“가만, 혹시 오늘 팔린 32평형 아파트 주인 아니요?”
“예, 맞습니다. 그럼 선생이 사셨습니까?”
“그렇소. 내가 샀소. 그렇지 않아도 내가 당신이 화단 앞에 앉아 있는 걸 보았소. 혹시나 하고 불러본 거요. 난 집행관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 나오는 길인데 화단 앞에 아무도 없더군. 집에를 갔나 했지.”
“아이구! 선생님! 좀 살려주세요. 그 집이 제 전 재산입니다. 그리고 전 돈은 구경도 못했어요. 친구 보증서서 이렇게 된 거예요.”
“다 알아요. 기록을 보니 딱하게 되었더군. 자, 길가에서 이럴 게 아니라 저기 다방이 있군. 저기로 가서 얘기합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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