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법무사 ▶전 북부지방법원 근무 ▶심우경영전략연구원장
단독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의 주택에 전세를 들 경우 전세권등기를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확정일자인만 받는 것만도 못한 경우가 있다. 주택에 대한 전세권등기는 그 전세부분에 관하여 특정하여 등기를 하게 된다.
그 예로 “건물 전부”, “건물 2층 전부”, “2층 동쪽 33㎡” 등으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특정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토지와 건물이 별개의 부동산으로 각각 취급되고 있으므로 건물에 대한 전세권등기는 건물에만 효력이 미치므로 경매 시에 건물의 매각대금에만 그 순위에 따른 배당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한 개의 부동산 일부에 대한 전세권자라도 그 부동산의 전부로부터 순위에 따른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건물에 대한 전세권설정으로서는 토지의 매각대금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위와 똑같이 전세를 들고 이사·주민등록과 계약서상에 확정일자를 받아놓으면 그 집의 경매 시에 “토지와 건물”의 “매각대금” 모두로부터 확정일자의 순위에 따른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임대인의 승낙과 협조를 얻고 비용을 들여서야 비로소 설정할 수 있는 전세권설정등기가 임차인 혼자서 등기소나 주민센터에 가서 계약서 상 확정일자를 받음만 못하다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물론 전세권설정등기의 효력은 등기만으로 발생하고 이사나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하진 않는 반면, 확정일자의 효력에는 이사와 주민등록을 전제로 한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또한 집주인이 임차기간의 만료 시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전세권설정등기가 되어있으면 이에 기하여 그 집을 경매에 붙일 수 있는 반면, 확정일자 부 전세권계약서의 효력만으로는 능동적으로 경매를 붙일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의 없지요?”
경매담당 재판장은 법대 앞에 죽 늘어선 이해관계인들을 내려다보며 사무적인 위엄 있는 어투로 물었다.
모두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이의 있다는 말도, 없다는 말도 없이 서로 힐끗힐끗 살필 뿐 응답이 없다.
“이의 없는 것으로 알고 배당은 종결하겠―”
“잠깐만요. 재판장님! 무슨 이의죠?”
R씨가 황급히 배당종료를 선언하려 하는 재판장의 말을 막고 외쳤다.
“지금 받은 배당표대로 배당해도 괜찮겠느냐는 말입니다.”
재판장은 다소 짜증어린 목소리로 설명했다.
R씨는 배당표를 다시 보았다.
R씨의 전세보증금은 3억원 인데 배당금은 1억2,000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
분명히 R씨보다 후순위저당권자에도 배당이 돌아가고 있는데 그보다 선순위전세권자인 자기는 왜 다 못 받는지 알 수가 없었다.
R씨 : “저는 왜 다 못 받나요?”
재판장 : “누구십니까?”
R씨 : “R입니다.”
재판장 : “법률상 지위가 어떻게 되느냐구요?”
R씨 : “예?! 법률상 지위요? 그게 뭔데요?”
계장 : “R씨는 전세권자입니다.”
재판장 : “전세권자에게는 제대로 배당되어 있습니다.”
R씨 : “제 전세금은 3억원 인데, 왜 1억2,000만 원밖에 배당이 안 됩니까?”
재판장 : “그 건 건물부분에 대해서만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으므로 토지가액에서는 배당받을 수 없고, 건물가액에서만 배당받기 때문입니다.”
R씨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재판장 : “그건 이의가 되는 사항이 아니니 이 사건 배당을 종결합니다. 궁금한 건 계장님에게 알아보세요.”
재판장은 기록을 계장에게 넘기고 다음 사건을 호명했다.
R씨 : ···
R씨는 법정에서 나와 경매계 앞에서 경매계장이 법정에서 돌아오길 기다렸다.
R씨는 5년만에 간신히 3억원을 마련하여 조용한 단독주택가에 전세를 들었다. R씨는 아침운동을 좋아하는 지라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이 단독주택가가 마음에 들었다.
전세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전세권등기를 해놓는 것이 좋다고 해서 전세권등기를 해주는 집을 찾느라 애를 먹었지만, 마침 집주인이 같이 살지 않고 임차인들만 3가구 있는 집이 나와서 전세계약을 하고 전세권등기까지 하였다.
신문이나 방송에 전세보증금 지키기에 관한 내용이 나와도 R씨는 가장 든든하다는 전세권등기까지 해놓았으니 그 문제에 관한한 걱정할 일이 없다고 생각 해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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