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경매 공고를 보면 분명히 아파트나 연립인데도 '대지권 없음'이라고 비고란에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지권이란 집합건물이 놓여있는 대지에 관한 권리로서 소유권, 지상권, 임차권 등을 대지권으로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대지권으로 하는데, 아직 지적 정리나 토지소유권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아니하여 대지권이 등기되지 못하는 경우의 집합건물이 종종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건물 부분만 경매할 수밖에 없는데 마치 단독주택의 경우와 비교하면 대지는 제외하고 건물만 매각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땅(대지) 없는 건물만을 사게 되면 나중에 대지권에 관한 권리를 별도로 추가 부담해서 취득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대지권이 없는, 건물만 경매되는 건물은 나중에 대지 값을 치룰 것을 염두에 두고 오로지 건물만의 가격으로 매수가를 결정해야 한다.
<사례>
M씨는 17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아이들도 자라서 자신들의 방을 요구하기도 해서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자 했다.
법원경매부동산이 시세보다 싸다는 말을 듣고 법원경매를 통하여 큰 집으로 늘려가기로 하였다. M씨는 32평형을 매입하기로 하고 법원경매 공고에서 32평형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그런데 최저경매가가 모두 자신이 가진 돈보다 초과되는 금액이었다.
그러던 중 한 물건에 눈이 고정되었다.
같은 평형의 다른 물건보다 상당히 싼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위치도 좋고 소유자가 직접 살고 있으므로 명도에도 별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았다.
M씨는 첫 기일에 최저입찰가보다 더 써넣어서 최고가 입찰자로 결정되었다.
대금을 납부하고 전 소유자에게 찾아가서 이 집을 경매에서 샀으니 집을 비워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갈 곳이 없어서 그러니 1,000만 원만 이사비용으로 보태 달라고 하였다.
싸게 샀으니 적선 좀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
M씨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조사해본 시세보다 싸게 산 것 같으니 이사비를 조금 주어도 될 것 같았다.
더군다나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팔려서 이사 날이 촉박하게 잡혀있고 보니 잘 달래서 이사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0만 원은 너무 많습니다. 우리도 여기저기서 끌어들여 간신히 잔금을 법원에 납부했어요. 또, 등기비용도 있어야 하고요."
"우린 돈을 빌려 쓴 죄인이니 할 말은 없어요. 안 주신다고 해도 별 수 없지만, 그런데 사글세라도 갈 보증금이 없어요. 부탁합니다."
전 소유자가 간곡히 애걸하므로 M씨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럼 반으로 잘라서 500만 원을 해드리리다. 그 대신 다음 달 10일까지는 집을 비워주셔야 합니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다음 달 10일까지 가고말고요. 그런데 지금 봐놓은 집에서 보증금 700만 원에 월 20만 원을 달라고 합니다. 쓰시는 김에 200만 원만 더 쓰시지요." 전소유자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M씨는 500만 원이나 700만 원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도와주는 김에 확 도와주자. 나도 빨리 이사를 와야 하고···'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흔쾌히 승낙하였다.
이사를 마치고 집을 정리한 뒤 법무사 사무소에 들러 의뢰했던 이전등기가 되었다는 등기필 된 낙찰허가결정정본과 등기부등본을 건네받았다.
속으로는 시세보다 상당히 싸게 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음미했다.
집으로 온 M씨는 근처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등기부등본을 내어놓으면서 시세가 '아, 32평형이군요. 한 10억 3~4천만 원 갑니다.'
M씨는 자기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다.
흐뭇한 기분에 다방으로 차를 주문해서 한잔씩 기분 좋게 돌렸다.
(내용관련 문의 seng3030@hanmail.net )
다음 제17회에서는 제9화 '공중에 떠 있는 아파트(2)'가 게재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