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조사서 등에 '미상(未詳)'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의 조사에 의해서 기재되는 임대차현황조사도 불확실할 수 있다. 임대차현황조사보고에 임차인 미상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임차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임차인이 있는지 없는지 미처 조사하지 못했다는 뜻이므로 이는 임차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N씨는 대기업의 중견과장인데 승진 가망이 더 이상 없어 멀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여야 하는 위치였다. 20여 년 동안의 봉급생활 속에서 부인이 알뜰살뜰 살림을 잘 챙겨서 퇴직금과 합치면 5억 원 안팎 정도의 재산 규모가 되었다.
N씨는 부인과 상의 끝에 상가주택 (근린생활시설)을 사서 가게 하나를 하고 나머지는 세를 놓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N씨는 휴일에는 부부동반으로 마땅한 건물이 없나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찾아가 물어보곤 하였다. 건물이 맘에 들면 돈이 모자라서, 돈이 될 것 같으면 건물이 맘에 안 들곤 하였다. 부동산 관련 신문과 잡지도 여러 종류 구독하여 견문을 넓히면서 알맞은 건물을 찾았다. 그러던 중에 법원경매를 통하여 건물을 사면 어떨까 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신문. 잡지에 경매부동산투자에 관한 기사가 종종 눈에 띄었지만 남이 망하여 파는 건물을 사서 잘될까 하는 선입견 때문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사 내용들에 의하면 어떤 것은 시세의 절반 값으로도 살수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설마 아무리 빚에 넘어가는 선물이라도 그렇게 까지 쌀까?
법원경매의 공고는 일간지 신문에도 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서 공고되기 때문에 포착하기가 다소 번거롭고 경매정보지라는 것을 구독하면 편리하다는 얘기들을 듣고 해서 경매정보지를 구독하였다.
몇 달이 지난 뒤 규모와 가격(최저경매가)이 적당한 건물의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휴일에 현장을 답사해보니 교통조건과 주변조건도 모두 좋았다.
감정기가 오히려 시세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서 근처부동산중개소에 들어가 시세를 물어보니 6억5,000만 원에서 7억 원 정도는 갈 것이라고 하였다.
최초감정가가 7억이지만 현재 2번 유찰되어 세 번째 입찰에 들어가서 최저가 4억 4,800만 원이었다. 매수가를 4억 7,000만 원으로 결정하고 응찰하였다. 입찰 당일에는 기록을 보니 힘들기 때문에 미리 입찰목록 정도는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고 해서 법원경매계에 가서 비치된 목록을 열람하였다.
근린상가이므로 임차인 관계에는 신경 쓸 것이 없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1층 . 2층 . 3층 . 지하층으로 나누어 임차인 현황조사가 있는 것을 대충 보았다. 사게 되면 세를 올리든지 명도소송을 해서 내보내면 된다고 하니 대충 몇 명인가만 보았다.
3층에는 미상이라고 되어있었다.
너무 오래 들어다 보고 있으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에 그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눈치를 채고 입찰가를 높이 써서 못 사게 되는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은지라 오히려 다름 관련 없는 물건을 좀 더 뒤적이다 법원을 나섰다.
입찰일에도 마음이 안 놓여 처음 정한 응찰가보다 3,500만 원 정도 더 높여 5억 500만 원에 응찰하였다.
N씨가 최고 입찰자로 결정되었다. 예감이 적중해 다음 응찰자가 있었다. 차순위 입찰자는 4억 9,000만 원에 응찰하였다. N씨 부부는 기뻤다.
차순위 입찰자와 1,5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5억대 물건에서 그 정도의 차이면 응찰가 결정을 정확히 잘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다행이 항고를 해오는 사람도 없고 해서, 달포 남짓 뒤에 잔대금을 납부하고 등기이전을 한 뒤 임차인들을 만나 재계약을 원하는 지,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였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전부 재계약을 원했다. 보증금을 다시 한 번 내더라도 명도 소송으로 나갈 경우 권리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재계약 하는 것이 손해가 적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무실로 쓰는 사람은 보증금을 다시 줄 수 는 없으니 알아서 법대로 하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법률 사무소에 명도소송 관계를 의뢰 하였다. 그런데 몇 번을 갔을 때마다 3층은 잠겨있어 만날 수가 없었다. N씨는 별 걱정을 안 했다. 금방 이사와 살 것도 아니기에 휴일에 오서 다시 만나 재계약을 하자면 재계약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명도소송으로 내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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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8회에서는 제4화 미상(未詳)은 미심쩍다(2)가 게재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