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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문화재를 찾아서
방학동 덕수 이씨네와 하마비
‘도봉산과 백운대를 배경으로 한 너른 그 기슭. 마치 학(鶴) 한 마리가 앉았다가 막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쫙 - 편 것 같구나. 산등성이는 학의 등 같고 좌우로 펼쳐진 들판은 넓은 날개 같구나. 앉았던 학이 날아오른다. 붙들어 둔 학이 자유를 찾아 비상하는 것 같은 형국이로다.
이 곳 이름을 무엇이라고 지을꼬? 그렇다. 놓을 방(放) 자. 학 학(鶴)자, 방학리라 하자!‘
방학리가 이래서 생긴 것이다. 지금은 리가 동으로 바뀌었으니까 방학동이 된 것이다.
천년 장수를 하는 학, 멋있는 학, 고결한 인재를 생각하는 학, 그래서 이 방학동에는 전에도 인물이 많이 났지만 앞으로도 많이 나리라. 훨훨훨. 저 도봉산가 백운산, 곧 북한산의 정기를 받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학을 보는데 하늘에 청운(靑雲)이 있어라. 그래서 방학동을 좋은 이름이라고 하는 바이다. 옛날은 양주군이었다. 해등면(海等面)의 일부로 방학굴이라고 했다. 방학골이 맞을 것인데 그 뒤에는 노해면(蘆海面)이 되었다.
여기에 하마들(下馬野)이 있다. 하맛들이라고도 한다.
그 뒷산에 덕수 이씨네 묘가 지금도 많은데, 조선시디에 삼대 정승이 살았다고 하니까 그 얼마나 당당한가? 삼대면 적게 잡아서 50년이고 길게 잡아서 100년이다. 그 세도가 당당한, 어마어마한 큰 기와집이 있었을 것이며 가족이나 일가친척은 물론 그 집에서 부리는 남녀 하인도 당당하였을 것이다.
“저 이 정승네 동네 앞을 지나갈 때는 타고 가던 말에서 내려야지 안 내리면 혼난다!”
이리하여서 말에서 내렸던 것이다. 누구나 가릴 것 없이 말이다. 그래서 아래 하, 내릴 하(下)와 말 마(馬)를 써서 하마들이라고 한 것이다. 그때 밤나무가 무척 많아서 긴 장대로 밤을 따야 했다. 그 장대는 멀리 나가야 구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종로같이 사람이나 물건이 많은 곳에서 긴 장대를 살 수가 있었다는데 덕수 이씨네 하인이 지게에 장대를 지고서 지나가면 길을 다 차지하였다. 지게에 가로 걸친 채 걸어가니까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것이다.
“여보시오. 이렇게 장대를 지고 가면 어찌하오?”
누가 묻거나 따질 것 같으면 그 하인은
“그래 됐고, 우리 주인댁에 빨리 가려다 보니까……”
“그 주인댁이 누구기에 그리 당당하오?”
“방학리 이 정승 댁이오!”
“아 알겠고. 그런 지게로 그냥 가시구려. 나는 시비도 않고 피해서 가리다.”
이리 했다는 것이다. 권세, 세도란 이런 것이다.
대개 하마비는 누구나 말에서 내려서 가라고 하는 것을 새긴 비석으로 왕이 태어난 곳, 장군·고관·성현이 태어난 곳에 세운다. 그런 훌륭한 어른이 출생한 곳을 감히 말을 타고 지나가려느냐는 훈계이다.
그런 분의 무덤 앞에서도 내린다. 때로는 효자나 열녀의 비석 앞에서도 이 하마비가 세워져서 내린다. 만약에 그냥 말을 타고 간다면, 말의 다리가 땅에 꽉 붙어 버리거나 타고 가는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피를 토하고 죽기도 한다. 그 장군의 혼백이 쇠망치를 들고서 버릇없이 말을 그냥 타고간 자를 후려치기 때문이다.
“이놈, 이 글도 모르느냐? 大小官吏過此者皆下馬(대소 관리 과 차자 개 하마. 크고 작은 관리로서 여기를 지나가는 자는 모두 말에서 내리라!)를 모르느냐?”
는 것이다.
하마, 이것은 훌륭한 분에 대한 시간을 초월한 최소하의 예의였다.
내릴 때 어디서 내리는가? 임금님이 계시는 대궐에 들어갈 때 한다면 1품 벼슬 이하는 10걸음 앞에서 내리고 3품 벼슬 이하는 20걸음을 두고 내리고 7품 벼슬 이하는 30걸음 앞에서 내려야 한다.
하마비기 있던 방학동 덕수 이 정승네 이야기. 그 권위에 대한 역사, 들어둘만 하구나.
그런데 다른 하마들 이야기가 있으니, 방학동에 폭군 연산군의 묘에 있는 하마비이다. 비록 왕에서 쫓겨나고 , 능(陵)이 못되고 묘(墓)가 되었으나 왕은 하마비가 세워졌던 것이다. 그래서 연산군 묘가 있던 그 앞들을 하마평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생전에 잘못이 있어서 지금은 평민과 같이 묘로 불리는 연산군, 그이 묘가 방학동에 있다. 방학동에서 우이동으로 넘어가는 길 가에 있는 역사의 흔적, 한번 찾아가 볼 만하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신식집이 들어선 하마들. 세월은 바뀌었으나 우리네 역사까지 다 바뀌었으나 우리네 역사까지 다 바뀐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정치를 어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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