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우리는 더 깊은 차원에서 인물의 본질과 행동 양식을 이해하길 바란다.
여기, 동양의 오랜 지혜인 명리학(命理學)의 렌즈로 대한민국을 강타한 영화 '범죄도시'의 인물들을 해석해본다. 이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전통 사상과 현대 문화의 창의적 융합이라 할 수 있다.
태산과 같은 마석도 : 굳건한 戊土의 화신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는 명리학적으로 戊土(무토), 즉 ‘태산'의 기운을 지닌 인물이다.
그의 캐릭터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戊土의 특성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묵직하고 흔들림 없는 정의감, 한번 결심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관성, 동료와 시민들을 보호하는 포용력은 모두 태산과 같은 기운의 발현이다.
흥미로운 점은 마석도 캐릭터의 성공적인 운명이 실제 영화의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2017년 영화 개봉 시기는 토(土)의 기운이 강화되던 시기로, 戊土 캐릭터인 마석도의 정의로운 기세가 극대화될 수 있는 천시(天時)였다. 이는 영화가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이유 중 하나로도 해석할 수 있다.
냉혹한 칼날 장첸 : 庚金의 파괴적 에너지
윤계상이 연기한 악역 장첸은 庚金(경금)의 전형적 現身이다. 냉철하고 날카로운 판단력,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은 肅殺(숙살)이라 불리우는 庚金의 속성과 일치한다.
그러나 장첸 캐릭터의 운명 변화는 금(金)의 기운이 쇠퇴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실제 영화 후반부에서 장첸의 몰락은 庚金이 戊土에게 제압당하는 오행의 상극 원리와 일치한다.
태산과 같은 戊土 마석도에게 결국 무너지는 장첸의 모습은 명리학적 관점에서는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도 견고한 바위 앞에서는 무뎌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비옥한 땅, 전일만 반장: 현실적인 己土의 기반
최귀화가 연기한 전일만 반장은 己土(기토)의 기운을 지닌 인물로, 비옥한 땅과 같은 안정감을 제공한다. 조직 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능란한 그의 캐릭터는 己土의 특성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마석도라는 戊土를 지지하는 己土로서, 둘의 관계는 ‘토생토(土生土)'의 상생 관계를 느끼게 한다.
영화 속에서 전일만이 마석도의 과격한 행동을 말리면서도 결국은 못본 척 지원하는 모습은 己土와 戊土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러한 관계가 영화 속에서 강력반이라는 조직의 균형과 안정을 가져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사그라드는 불꽃, 황사장: 허세 가득한 丙火의 쇠락
조재윤이 연기한 황사장은 丙火(병화)의 기운이 드러나는 캐릭터이다. 화려하고 과시적이지만 실상은 내실이 부족한 그의 모습은 마치 해질녘 허세만 남은 태양과도 같다. 丙火가 庚金을 녹여야 하는데, 오히려 장첸이라는 강한 庚金 앞에서 쉽게 제압당하는 전세역전된 상황은 황사장이 지닌 丙火 기운의 약화를 보여준다. 그의 운명이 영화 속에서 초라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丙火의 기운이 쇠락하는 시기와 맞물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화려함과 허세로는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없다는 명리학적 교훈을 드러내는 캐릭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행의 충돌이 만든 드라마틱한 서사
‘범죄도시'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서로 다른 오행 기운을 지닌 인물들의 충돌과 화합이 만들어내는 명리학적 드라마이다. 戊土 마석도가 庚金 장첸을 가볍게 제압하고, 己土 전일만이 마석도를 지원하며, 허약한 丙火 황사장이 쇠락하는 과정은 오행의 상생상극 원리가 영화 속에 녹아든 결과이다. 이러한 명리학적 해석은 캐릭터의 행동 양식과 운명을 더 깊게 이해하는 창을 제공한다. 또한 한국 영화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동양적 사유체계가 스토리텔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명리학과 현대 문화 콘텐츠의 만남은 우리 전통 사상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대중문화를 더 풍요롭게 감상하는 새로운 프리즘이 될 수 있다. 명리학은 과거, 현재, 미래를 바라보는 살아 있는 학문적 역할을 하는 학인들에 의해서 현대적 이론으로 조용히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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