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선혜 ▶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조계종 법륜왕사 주지 ▶사)서울문인문학회 고문
다소에 허차서가 풍개지에게 차를 우린 첫잔은 예쁘고 간드러진 허리를 갖춘 13세 여인을, 두 번째 우린 차는 푸른 옥 빛깔을 띄운 과년(瓜年:열여섯살)의 여인을, 세 번째 우린 차는 숲이 무성하게 우거지고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를 감상하듯이 차와 차 기구를 감상하여 즐긴다고 하니 크게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찻물을 달일 때에도 차 기구를 감상하지만, 차를 마실 때와 마시고 난 뒤에도 예술성과 촉감 그리고 소리를 감상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차실에서 차를 받아 마시고 나서 찬사의 인사를 할 때는 반가운 친구나 이웃을 대하는 마음으로 하며, 차 기구를 감상할 때 찻잔을 쥐는 손가락은 님의 손이나 몸에 손짓이 닫듯이, 공경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듯이, 아름다운 고유 풍류사(風流史)를 품에 안듯이 하는데 잔잔한 마음으로 자서이자서이(아주 자세히의 뜻) 안아 주변에 불안전한 기운을 사그러뜨린다.
차를 마시고 난 뒤 찻잔을 감상하는데, 처음에는 찻잔 속을, 찻잔 몸통을, 찻잔 굽(밑바닥)을 차례로 감상한다. 명품그릇은 굽안에 작가의 이름이나 사인이 새겨져 있는데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감상이다. 찻잔받침(茶托: 다탁)도 감상한다. 감상한 뒤에 찻잔을 찻잔 받침위에 올려놓고 팽주에게 '아름답다, 뛰어나다' 등의 인사말을 하는데 그 인사말을 가찬(加讚:찬사를 더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다음은 차관, 차호(茶壺: 차를 나누어 담는 통), 차솔(茶釜:다부), 풍로(風爐),화로(火爐), 다화병(茶花甁:꽃병), 탕관(湯罐:찻물을 달이는 주자), 다완(茶碗:찻사발), 차측, 차작(가루차를 뜨는 숟가락), 다반(茶盤), 뚜껑받침(蓋盤:개반), 차작반(차작받침), 물바가지(瓢子:표자) 등을 감상하고 세 번째 찬사를 한다. 차실에서 팽주가 팽객(손님)에게 다른 차 기구나 기타 예술품을 보여주면 그때마다 찬사를 한다. 차실 주인이 이것저것을 설명을 하는데 손님이 주제를 벗어난 다른 얘기를 하거나 엉뚱한 것을 물어보면 큰 실례가 된다.
처음 차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한다. 그때 손 씻는 그릇(대야 비슷함)을 세심호(洗心壺)라고 하는데 세심호는 '마음 씻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차실에 초대받아 갈 때는 마음을 비우고 다도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 또 초대받아 갈 때는 약간의 사례품(謝禮品)을 준비하여 가는데 첫인사가 끝나면 겸손한 자세로 전한다. 주인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찻 자리가 끝나서 손님을 배웅한 뒤에 뜯어봐야 한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뜯어보는 것은 서양풍속의 연장이다. 우리 고유 풍속에서 이어진 풍속을 지켜가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차를 달이면서 차 마심을 기다리는 마음을 그린 시 <차향기로 오시는 님>을 소개한다.
향기로 오실 시간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대나무숲 오솔길 이슬을 쓸며
앞산 모퉁이 까치 소리 쫓아
토방 어귀에 달인 찻물
빛깔 향기 맛을
차고픈 마음 사슴목이 되어
이제나 저제나 설레이며
한나절 기울려 뜰을 거니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