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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왕정국가에서 왕은 국가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정점에 있는 주체였다. 신하들이 개인이나 당파의 이익에 관심을 둘 때도 왕은 국가 전체의 이해를 생각해야 했다. 국가의 안위가 곧 왕실의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은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유능하고 정직한 정치적 파트너 관리가 필요했다.
과거제도는 이런 관리를 뽑기 위한 가장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이렇게 관리 선발의 기초가 된 과거제도는 수(隋)의 문제(文帝 581~604)때 처음 실시되었다.
애초에는 귀족들의 권력을 누르고 중앙으로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실시된 제도였다. 따라서 귀족들은 당연히 과거제도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당(唐)의 과도기를 거쳐 송(宋)에 이르자 수많은 신흥사대부들이 과거를 통해 관리가 되었으며, 과거제도가 보편적인 관리선발의 방식이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우리나라는 고려 광종(949~975)때 중국 후주(後周)에서 귀화한 쌍기(雙冀)의 건의로 958년에 처음 실시되었고, 조선 인종때 산술과 법률 등 잡과까지 추가되면서 점차 체계화되었으며,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이어져왔다.
과거시험에는 문과, 무과, 잡과가 있는데 문과는 다시 소과와 대과로 나뉜다.
소과는 예비시험으로 사서오경을 시험하는 생원과와 시와 부등의 문장력을 시험하는 진사과가 있다.
대과는 소과를 거친 생원이나 진사 또는 성균관유생들이 치르는 본격적인 시험이다.
대과의 종류에는 간지로 자(子)가 들어가는 해부터 3년마다 정식으로 치르는 식년시(式年試), 나라에 특별한 경사가 있을 때 치르는 증광시(增廣試) 그리고 임금이 공자와 선현들을 모신 문묘(文廟)를 참배하고 나서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알성시(謁聖試) 등의 별시가 있다.
알성시처럼 하루에 치르는 시험을 빼고는 식년시나 별시의 최종시험에서 반드시 책문을 지어서 합격해야 한다.
결국 대과의 초시와 복시를 거쳐서 수많은 인재들 가운데 33명이 남는다. 이들은 더 이상 탈락하지 않고 다만 등수만 결정될 뿐이다.
이들이 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시험인 전시(殿試)에서 치르는 시험이 바로 책문이다
원칙적으로는 대책(對策) 표(表) 부(賦)등 10과목 가운데 한 편을 출제하게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대책이 가장 많이 출제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치러지는 마지막 과거시험에서의 책문은 왕과 젊은 인재들이 나눈 국가경영 책략인데 무엇보다도 정치 현안의 문제를 묻고 대답하는 글이다.
왕은 절박하게 물었고, 그들은 목숨을 걸고 답했다.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임숙영의 위험한 발언과 고뇌하는 광해군,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묻는 세종대왕에게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해 쓰소서" 대답한 강희맹,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하는가 묻는 중종에게 "재능보다 덕을 우선해야 합니다" 답한 김의정, 교육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 묻는 명종에게 "학문의 진리가 마음을 즐겁게 해야만 합니다" 답한 조종도,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 묻는 중종에게 "쉬울 때 어려움을 시작할 때 끝을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답한 권벌, 실로 그 물음과 답은 각양 각색.
그러나 하나같이 나라의 부강과 안녕에 대한 고민이었던 것을 알수 있다.
화합의 근본은 소통이라 할 때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알 권리이다.
삼권분립을 기초로 세워진 대한민국에서 우리 국민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를 보장 받고 있는가? 너, 나를 떠나 우리 모두 깊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구태의연한 표현 말고 진실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목숨 걸고 충언하여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책문의 응답자들처럼 이 어지러운 정치형국을 헤쳐 나가도록 바른 충언할 인재, 그리고 그 충신의 충언을 받아 밤을 지새고 고뇌하여 바로 가고자 했던 과거의 우리 조상들의 얼을 되살릴 때가 바로 지금 아니겠는가?
날만 새면 집권세력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특검뉴스가 잠을 깨우고 귀가 따갑도록 서로 책임전가 하거나 또는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관련자들의 무책임한 민낯이 뉴스의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아니더라도 용감하게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고 한숨과 분노만 쌓이는 슬픈 현실앞에서, 그래도 한가닥 희망이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켜온 국민들의 저력이다.
임진왜란, 6.25사변, 일제강점기등 수없이 많은 침략을 당하면서도 오늘까지 나라를 굳건히 지켜온 국민들의 힘!
최근 한류열풍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성장 역시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높기에 오늘 책문을 통해 지혜와 슬기를 모으려 했던 우리 조상들의 역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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