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의 국어칼럼] 문학을 가르친다고? - 문학을 배우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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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온의 국어칼럼] 문학을 가르친다고? - 문학을 배우는 것에 대해

등록날짜 [ 2016년10월11일 19시49분 ]

오라이 오라이~ (all right, all right~)

아마도 일제 시대의 영어 발음일텐데, 2016년에도 쉽게 들을 수 있다. 한 번 머리 속에 박힌 말이 당사자의 일생을 넘어 몇 세대 후에도 남아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해주는 예는 이 밖에도 많을 것이다. '오라이'처럼 특별한 의문 없이 받아들여진 것들의 대부분은 한 번에 큰 변화를 일으킬 만큼 대단한 것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다시 의식의 바깥에서 긴 시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문학"을 가르친다.

현재 우리 교육 현장에서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수학능력시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평가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기'에 수능에 출제되는 제시문 중, 문학이 아닌 글들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보편적 논리가 통하기 때문이다. 즉, 학술문(비문학)은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같은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학은 그 자체로 개성적인 글이고, 상징성을 띠기 때문에 읽는 사람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개성적 해석을 60만 수능 시험 응시자 모두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니 결국 개방적 문학의 수용이 아니라 단편적으로 비평 이론을 적용(역설법, 낯설게 하기 등등의 개념들)하거나 권위를 가진 해석을 이해하거나 암기하여 적용하는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고 그 것들을 가르치는 문학 교육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학 교과서 자체의 취지는 좋다. 창의적으로, 개성적으로, 상황에 맞추어 작품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삶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목표를 가지고 기획 되었다는 것은 학습 목표를 확인하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문학 수업이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회의적이다. 결국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가 어떤 것보다 선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현재 작품에 대한 비평이론이나 타인의 해석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해석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전개해 본 이후에 타인의 관점을 개방적으로 참고해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인데, 사실상 수능 세대가 교사의 주류를 이루는 요즘 자유로운 토론 아니, 조금은 권위적이더라도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문학 읽기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교사의 탓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미 구조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언급을 했던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최근에는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글을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현직 대학 강사의 말에 씁쓸한 뒷맛이 남았던 경험이 있다. 영화 '동주'에서 학생은 문학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교사는 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교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 대한 이야기만 떠올려도 교육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꼭 발전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예술은…

예술은 하나의 작품이 여러 독자를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가진 것들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는다.
문학 작품도 독자 각자가 나름의 근거로 다른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빛이 나는 것이다.
다음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중 일부분이다. 불가리아와 그리스 간 분쟁이 있었던 시기가 언급 되는데, 이 내용을 단지 등장 인물의 기억 조각으로 보느냐 아니면 내 삶과 우리 삶에 적용해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의 깊이나 넓이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다시 총을 들고 떠났습니다. 비정규 전투 요원이 되어 산으로 들어간 거지요. 어느 날 석양 무렵 나는 불가리아 마을로 내려와 마구간에 숨었습니다. 그게 바로 신부의 집이었는데...... 신부도 신부 나름이지 잔인하고 무자비한 불가리아 비정규군 신부의 집이었단 말입니다. 밤이 되니까 이자는 법복을 벗고 양치기 복장으로 갈아입더니 총을 들고 이웃 그리스인들의 마을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자는 새벽에 진흙과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와서는 다시 신도들을 위해 미사를 집전한답시고 교회로 갑디다. 내가 도착하기 며칠 전에 이 신부는 잠자는 그리스인 교장 선생을 살해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신부네 집 마구간에서 기다렸던 거지요. 저녁때가 되자 신부는 양에게 풀을 먹이려고 마구간으로 오더군요. 나는 이놈을 덮쳐 양 목 따듯이 멱을 따버렸습니다. 귀도 잘라 내 주머니에 넣었지요. 아시겠지만 나는 그즈음 불가리아 놈들의 귀를 수집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신부놈의 귀를 잘라 가지고 튄 겁니다. 며칠 뒤 나는 다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정오쯤 되었던가? 이번에는 행상으로 잠입한 거지요. 총은 산에다 숨겨 두고 동료들을 위해 빵과 소금과 장화를 사러 갔던 겁니다. 거기서 나는 집 앞에서 노는 애들 다섯을 만났습니다. 이 애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었는데 맨발로 손에 손을 잡고 구걸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계집아이가 셋이고 둘은 사내아이였습니다. 제일 큰 놈은 열 살을 넘었을까, 어린것은 갓난아기였습니다. 제일 큰 계집아이가 아기를 안고 울지 않도록 입을 맞추고 달래고 있습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신의 섭리겠지요. 나는 애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뉘 집 아이들이야?> 내가 불가리아 말로 물었지요. 가장 큰 사내아이가 고개를 들더군요. <신부 댁 애들입니다. 아버지는 며칠 전 마구간에서 목이 잘렸답니다.> 이러는 게 아니겠어요. 눈물이 핑 돌고 지구가 연자매 돌듯이 빙글빙글 돕디다. 내가 벽을 지고 앉자 그제야 멈추더군요. <이리 오너라, 얘들아. 내 가까이 오렴.> 나는 이렇게 말하며 지갑을 꺼냈습니다. 터키 파운드랑 그리스 돈이 가득했습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그 돈을 몽땅 바닥에다 쏟았지요. <자, 가져가거라. 마음대로 가지렴.> 내가 소리쳤습니다. 애들이 우르르 땅에 엎드리더니 허겁지겁 돈을 집더군요. <......너희들 것이니라, 너희들 것이니라. 그러니 마음대로 집어 가거라.> 그러고는 물건을 사 담은 바구니도 애들에게 줘버렸지요. <이것도 너희들에게 주마. 다 가져가거라.> 몽땅 털어 주었지요. 마을을 빠져나오자 나는 셔츠 앞을 헤쳐 애써 땋은 성 소피아 성당 장식을 떼어 내어 갈기갈기 찢어발기고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지요. 지금도 도망치고 있습니다……

글 맨 처음의 '오라이'처럼 의미 없는 한 단어도 몇 세대를 남아 전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판단하지 않고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보편적으로 옳고 아름다울 때, 우리 아이들이 인간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공감 능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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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온국어학원 가리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