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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글을 시작하며 다시 '생각 나무'를 떠올려 보자.
시골의 당산 나무는 둥치가 굵고, 가지도 많으며 잎도 풍성하다. 도심의 나무들은 둥치가 작고 줄기는 길다. 잎은 똑같이 풍성하지만 언제 부러질지 모를 얇은 둥치에 가지만 길게 늘이는 나무는 온라인에 자신의 일상을 의미 없이 부려 놓는 요즘의 우리와 같다.
텍스트(Text)란 한 줄기로 묶을 수 있는 생각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꼭 글만이 아닌 그림이나 영화도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최근의 학생들과 성인들이 접하는 텍스트 대부분이 온라인에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는 상대를 정하여 대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이 있고. 다수를 향한 방법에는 강연을 하거나 책을 출판하는 것이 있다. 그것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 결국 여러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그중에서도 '글'과 관련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페이스북이다. 갖가지 영상과 글들로 넘치는 페이스북에는 우리가 읽을 글이 있는 것일까.
한 가지 확실히 해 둘 것은 지금부터 읽을 만한 글과 비교의 대상으로 둘 글은 온라인에 있는 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온라인의 글이라고 부정적인 것이라거나 읽을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일상을 기록하거나, 영상을 직접 제작하거나 다른 사람의 영상을 간접적으로 올리는 것을 보통은 SNS에 글을 썼다고 하는데, 그런 다양한 글들 중 일부가 비교의 대상이다.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글쓴이와 상황 맥락을 공유하거나 글의 바탕이 되었을 다른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텍스트를 만든 사람도 어떤 글을 읽거나 어떤 사람의 말을 들었을 것이며, 그 과정은 생각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을 형성하는 모든 것들을 Context라 부르는데, 텍스트를 접하는 모든 사람이 제작자의 삶을 공유하거나 배경 지식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텍스트가 가지는 의미는 만든 사람을 떠나면 결국 읽거나 보는 사람의 몫이 된다.
SNS 텍스트는 일반적으로 글쓴이의 일상이나 순간적인 이미지 기록인데, 가까운 사람이든 아니든 타인의 일상과 평소 생각에 관심을 두거나 스스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방대해 한 번 접속하면 긴 시간(평균 60분-KISDI STAT Report 16-07호)을 보내게 된다. 게다가 그 글들을 읽으며 스스로의 내면에 깊이를 더하는 경우보다 타인의 편집된 삶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따라서 온라인의 신변잡기는 쓰거나 읽거나 짧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족하다. 즉, 읽기 위해 선택할 텍스트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KISDI STAT Report 16-07호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결국 자신이 읽고 싶고 흥미가 있는 내용의 글을 읽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context로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어 텍스트를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거나, 스스로의 삶 속에서 알기 힘든 것들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결국 더 많은 텍스트(사람을 포함하여)를 이해할 수 있는 Context가 될 것이다.
글의 처음에서 뜬금없어 보이는 나무이야기가 있었다. 얼마 전 도심의 큰 나무를 보며 어떤 글을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은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스치려면 피하고 만약 닿으면 약한 쪽이 흔들리거나 밀리지만. 나무는 힘껏 땅을 지탱하고 서 있으면서도 일부러 약한 가지를 내려 스치려 해도 피하지 않고 만약 닿으면 스스로 흔들리며 향기를 낸다. 자신의 뜻이 전달되길 바란다면 가지를 지탱할 수 있는 둥치가 필요하다. 가지는 한없이 부드러워야 한다. 마치 자신의 삶과 생각의 가지를 내려 우리에게 스치기를 기다리는 많은 글들과 같다. 그 글들은 우리에게 어떤 향기로 답을 할지 살짝이라도 스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굵은 둥치를 가진 나무는 더 많은 가지를 지탱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나무가 가지를 많이, 그리고 길게만 뻗다보면 결국 쓰러지기밖에 더할까. 굵은 둥치가 없는 글은 자신을 알아주기 바라는 사람의 욕심일 뿐이고, 굵은 둥치가 있는 글은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향기이다. 가끔 그 가지가 가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다가가기 힘든 만큼 좋은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부드럽게 다가오지는 못해도 조심스레 다가가면 더 깊은 향기를 줄 수 있는 나무도 있다는 말이다. 가끔은 숨어 향기를 내는 경우도 있다. 난초가 그렇다.
나무와 달리 겉으로 둥치 굵은 텍스트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텍스트 읽기'는 우리에게 그러한 통찰의 눈을 만드는 과정에도 해당한다. 내 글은 당연히 둥치가 얇은 텍스트이다. 하지만, 나는 내 글의 둥치가 굵지 않음을 알아볼 수 있고, 둥치 굵은 텍스트를 찾아 접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가벼운 신변잡기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깊은 통찰이 있는 텍스트를 선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려면 결국 의문을 가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다.
가리온 dudegari@gmail.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