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에는 책을 곧잘 읽었는데, 요즘은 전혀 읽지를 않아요.”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나요?”
“책을 읽으라고 해도 읽지 않아요.”
“처음엔 강제로라도 읽게 하면,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왜? 책을 읽어야 하나요?”
“필독 도서는 재미가 없어요.”
“글자를 읽는 것이 그냥 싫어요.”
“독후감에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상담을 하면서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바로 책에 대한 질문들인데,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책을 읽었으면 좋겠고, 자녀의 입장에서는 강제로 읽는 책이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들도 처음부터 글을 읽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어렸을 때는, 간판의 글자 하나하나를 읽으려 노력하던 아이가 왜 글을 읽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일까? 이번에는 글을 읽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며, 또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을 말하고,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짧게 이야기 하려 한다.
1. 독서 기본 연습
일반적으로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이후 읽기에 흥미를 갖지 못하거나 읽고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바로 스스로 읽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듣는 경우만 많았다는 데에 있다. 물론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글을 읽어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후라면 오래 걸리더라도 문장의 의미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읽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해를 위해 예를 들자면,
다음 문장이 무슨 뜻인지 한 번 읽어 보자.
"an nyoung ha se yo"
어떤가?
"안-녕-하-세-요"로 읽은 후 "안녕하세요"라고 이해하기까지 오래 걸리거나 또는 읽히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최소한 한글보다는 오래 걸릴 것이다. 보통의 어린 아이들은 글자를 하나씩 읽은 후 단어로, 문장으로 인식하기까지 성인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앞의 짧은 문장을 읽을 때,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소요되는 것처럼. 게다가 글자 수가 많아지면 한번에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의미 파악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아직 글을 쉽게 읽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문장 한 문장 스스로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잘 하더라도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기억을 이용하는 조금 다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읽어 이해한 경험이 적은 아이들은 보통 글자를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읽어도 읽은 것이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이다. 보통 말하는 "읽어도 이해를 못하는" 바로 그런 아이들 말이다.
따라서 이즈음의 아이들은 단지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글을 말로 바꿔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 문장이든 두 문장이든 어느 책에 나와 있는 문장이든 마침표가 있는 곳까지 완결된 문장을 스스로 파악하여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곁에서 그 문장을 함께 읽고 아이가 옳게 설명하는지를 들어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님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간단한 문장은 읽을 수 있는 중학생도 사실 암기만으로 학교 국어 점수를 80점 이상 받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녀의 읽기 능력을 평가하기가 힘들 것이다. 단지 점수가 아니라 대화로 자녀의 읽기 능력을 평가해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논리나 논술을 가르친다는 저학년 전문 학원에 보내는 것은 더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겠다.)
2.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 벤자민 프랭클린과 박완서의 글
많이 읽되, 많은 책을 읽지는 마세요.
-벤자민 프랭클린
책은 사람과 같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듯, 책도 읽고 싶은 책과 읽기 싫은 책이 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만 나중에는 보기 싫은 사람이 있고, 처음에는 싫어도 우연히 좋아지는 경우 등, 사람과 책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에 비해 책을 만나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덜 든다는 점일 것이다. 문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 책을 만날 준비도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을 만나야 할까. 중요한 점은 좋은 글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편협하지 않은 독서를 위해서는 세상에 엄청나게 많은 글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큰 서점에 자주 가거나, 집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많은 것도 좋다. 그렇다고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개인적인 선호가 생기는 것과 다양한 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선호가 생기는 것은 다르니까. 편협하다는 것은 좋아하는 분야가 적은 것이 아니라 선택의 범위가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의 거리(材料)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 속에, 버림받은 쓰레기 속에, 외면당한 남루 속에, 감추어진 추악한 것 속에서 소설의 거리는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우연히 얻어지는 건 아닐 것입니다. 삶에 대한 꾸준한 통찰력, 따뜻한 연민, 때로 열정적인 애정에 의해서만 그것을 볼 수가 있고, 주워 올릴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주워 올린 다음입니다. 어떤 거리를 소설로 만들기 위해선 주워 올릴 때와는 딴판으로 일단 뜨악하게 밀어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하고, 정이 앞서지 않는 냉혹한 마음으로 추리고 다듬고 지켜졌을 때만 비로소 명색이 소설이라 부를 만한 것이 만들어졌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완서,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 『엄마의 말뚝』 (문학사상사,1981)
유유상종이라고 한다. 끼리끼리 논다고도 하고.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그 중 좋은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결국 그 자신의 깊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통찰이 있는 글을 지나치지 않고, 글이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 소외된 것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 한다면, 글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깊게 생각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더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문장을 스스로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다양한 분야의 글 중, 스스로 선택한 글을 읽어야 한다는 것.
셋째. 깊게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는 것.
3. 왜 읽어야 하는가.
"어떻게"는 설명이 중요할 수 있지만 "왜"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을 짧게 서술하고 글을 끝맺으려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고, 나보다 훨씬 깊은 생각을 가진 친구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만날 수 있다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은 글을 선택하기 위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즉,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